삶의 재조명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kshroad 2021. 8. 2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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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0대의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면 여전히 철부지 어린아이 같을 때가 많다. 특히 어떤 일을 진행함에 있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계획에 차질이 생길 때면 나도 모르게 '욱'하고 짜증을 내게 된다. 머리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에서는 짜증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짜증을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더 짜증이 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꽁 해지는 나 스스로를 보면서 참 옹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몇 시간, 아니 몇 분만 지나고 돌이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왜 그렇게 혼자 열을 냈던 것인가 하고 머쓱하기도 하다. 그런데 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그 이후에 나타난다. 그 옹졸했던 모습을 합리화하기 위해 결국에는 이 모든 상황의 잘못을 그 누군가에게 전가하곤 한다.

"내가 이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 사람 때문이야...
이건 명백하게 그 사람의 잘못이야!"


요한복음 5장에 보면 '베데스다'라는 연못이 등장한다. 이 연못에는 전해지는 전설이 하나 있는데, 바로 천사가 가끔 이 연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그때 먼저 들어간 사람은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연못 주변에서 있었는데, 그중에 병 때문에 서른여덟 해 동안이나 누워있는 한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신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을 보시고는 병이 오래된 줄 아시고 "네가 낫고자 하느냐?"라고 물으신다.(6절) 그러자 그 사람은 자신의 병이 낫지 않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물에 넣어주지 않는다며 불평불만을 토로한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병이 나을 것이라는 그 사람의 믿음을 물으셨는데, 엉뚱하게 자신의 병을 다른 사람들의 잘못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라고 말씀하신다. 곰곰이 이 구절을 놓고 묵상을 하다 보니, 한 가지가 눈에 띄었다. 예수님께서 그 사람에게 요구하신 것은 단지 일어나 자신의 자리를 들고 걸어가는 것이었다. 스스로 앉아있던 자리를 들고 일어나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국 오랫동안 앉아 있어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을 깨워 일어나는 것, 즉 스스로의 굳어진 마음과 몸을 깨워 애꿎은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말씀하신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짜증이 났던 그 순간들은 모두 주변 상황에서 오는 불편함이 아니었음이 깨달아졌다. 결국 나 스스로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불평불만에 가득찬 굳어진 나의 마음에서부터 출발한 불편함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 스스로의 마음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 탓만 하는 것은 아직 '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미숙함의 표상이지 않을까 반성해 본다.

또 한 가지,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한 사람을 보시고 그 아픔을 알아 주시고, 또 말씀해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에 또 한 번 감사를 느끼게 된다. 많고 많은 상황 속에서도 오직 나를 향하신 그 풍성하신 은혜를 생각한다면 감히 내 뜻대로 짜증을 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동안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베데스다의 한 사람의 굳어진 마음과 몸을 깨워주셨던 것처럼, 나의 굳어진 마음과 몸이 날마다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통해 깨어지기를 기도해 본다. 날마다 찾아와 함께해주시는 은혜로 말미암아 깨어진 몸과 마음으로 내 중심이 아닌 예수님 중심으로 세상에 나아 걸어갈 수 있기를 또 희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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