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딸에게 배우는 삶의 자세

kshroad 2022. 1. 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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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60일이 넘어가니, 써니와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상황과 대상에 따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억지스러운 표정과 동작으로 웃음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실한 자기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먹고 싶은 것과 놀고 싶은 장난감을 얻기 위해, 가고 싶은 장소로 가기 위해 손과 발, 그리고 목소리와 표정 등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가며 자신이 목표한 바를 얻고자 노력한다. (특히 먹을 것에...)


이렇게 조금씩 의사표현을 해 가며 자라 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써니의 세계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엉뚱한 것에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염 약을 다 먹은 후 약통 뚜껑을 닫지 않았다고 한참을 울기도 하고, 식사 준비로 정신없을 때 자신을 봐주지 않았다고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이처럼 우는 이유를 아는 경우에는 그나마 낫다. 왜 우는지, 왜 짜증을 내는지 조차 알 수 없을 때에는 정말 난감하다. 결국에는 원하는 바를 얻어내야, 혹은 그와 유사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야 울음을 그치기에, 위험하거나 정말 안 되는 것 외에는 써니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야 만다.

내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정말로 작고 작은 것이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원하는 바를 얻고서 활짝 웃는 써니의 얼굴과 웃음소리를 통해 매번 한 가지 떠올리며 다짐하고는 한다.

"그래,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써니에게는 전부일 수 있으니까!  
저렇게 온몸으로 표현하는데,  
위험한 것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것 아니면 최대한 써니가 원하는 것을 해주자."


그렇게 신나게 놀고 원하는 것을 품에 안은 채 잠이 든 써니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써니처럼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한 적이 언제일까? 그리고 얼마나 절실하게 노력했을까? 물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눈물, 콧물 쏟아가며 온 몸으로 표현하는 써니만큼이라고는 감히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어느새 2021년이 지나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 지난 1년 동안 나에게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일 큰 변화는 육아휴직으로 인해 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일을 하지 않고 전업주부(?!)로서 직무를 변경했다. 그리고 아내의 복직, 그리고 써니의 어린이집 생활, 대학원 복학 등등 여러 일들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고 지나가버렸다.

그 많고 많은 일정과 변화무쌍한 사건들은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그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작은 목표들이 있었지만 사실 크게 보아서는 '삶 속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발견하기'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육아휴직을 통해 써니와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 값진 시간이었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써니의 시간들에 나와 함께한 시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써니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조금은 더 알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해도 티도 안나는 집안일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것 등등 육아휴직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두 번째, 아내의 복직 역시도 큰 의미가 있다. 써니를 낳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아내였는데, 밤을 새워가며 수업 준비를 하는 아내를 보며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바라보게 된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말을 해 줄까 고민하고, 수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까 심사숙고하는 모습에서 청지기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맡겨진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이를 통해 이루어가실 하나님의 크신 계획이 있음에 감사하고 순종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와 동시에 아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참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음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게 된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텐데, 지치지 말고 주어진 자리에서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세 번째, 써니가 어린이집을 가서 대학원에 복학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써니를 어린이집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와 상의하고 있던 도중,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복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사실상 포기하고 있던 대학원이었는데 그 길을 다시 열어 주신 것이다. 써니가 어린이집에서 잘 적응해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잘 지내주어서 마음 놓고 대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무심코 지나갔던, 그리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지만, 사실 이 세상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떠오른 태양도, 울긋불긋 물든 단풍잎도, 지저귀는 참새의 울음소리도 하나님의 은혜 아니면 우리가 만끽할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매 순간 나에게 부어주시는 은혜를 발견하고,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구할 때, 그리고 그 은혜를 입술로 소리 내어 고백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삶의 다양한 문제 가운데에서도 진정한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잠언 2:1~5
1 내 아들아 네가 만일 나의 말을 받으며 나의 계명을 네게 간직하며
2 네 귀를 지혜에 기울이며 네 마음을 명철에 두며
3 지식을 불러 구하며 명철을 얻으려고 소리를 높이며
4 은을 구하는 것 같이 그것을 구하며 감추어진 보배를 찾는 것 같이 그것을 찾으면
5 여호와 경외하기를 깨달으며 하나님을 알게 되리니

Proverbs 2:1-5, KJV
1 My son, if thou wilt receive my words, and hide my commandments with thee;2 So that thou incline thine ear unto wisdom, and apply thine heart to understanding;3 Yea, if thou criest after knowledge, and liftest up thy voice for understanding;4 If thou seekest her as silver, and searchest for her as for hid treasures;5 Then shalt thou understand the fear of the LORD, and find the knowledge of God.  

2022년의 목표 역시도 '주어진 상황 속에서 써니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소리를 높이고 온 몸과 정성을 다하는 것처럼, 나의 삶 속에서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소리를 높여 구하고,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삶의 곳곳에 감추어진 은혜를 발견하고 구함으로써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고 경외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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