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아빠, 실수해서 미안해...

kshroad 2022. 8. 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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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써니는 26개월에 접어들면서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언니 오빠들, 그리고 친구들이 화장실 이용하는 것을 보자 조금씩 관심을 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른 감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아 너무 섣불리 시작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이렇게 스스로 관심을 보일 때 시작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가정에서도 배변 훈련에 동참해줄 것을 권유하셨다.


그래서 예전에 아내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유아변기와 함께 예쁜 속옷을 주문하고 써니와 함께,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배변훈련을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아내와 함께 여러 육아서 및 육아 영상을 찾아보며 어떻게 배변훈련을 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적용해보려 노력하였다. 여러 조언과 방법들의 공통된 의견으로는 바로 아이의 훈련이 아니라, 부모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바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직은 소변감을 미리 느끼고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에 여러 번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 아이가 실수했을 때에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며 너무 부담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육아서를 읽으면서 “내가 조급해하지 말고 미소로 대해줘야지!”라고 굳게 다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써니는 한 번, 두 번, 세 번... 실수를 했다. 그래서 “우와! 쉬야해서 시원하겠다~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써니가 다음에는 쉬야하고 싶을 때 미리 말해줄 수 있어?”라고 웃으며 대답해주며 써니를 칭찬함과 동시에 나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가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쉬야를 다 한 후에야 나를 찾는 써니를 보며 조금씩 지쳐갔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세탁기와 건조기, 유아 변기 청소 및 바닥 소독, 그와 동시에 써니를 씻기고 로션 바르는 과정이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바닥에 지도를 크게 그려놓은 써니를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던 것 같다.

그때, 써니의 한 마디가 또 나를 울리고 말았다. 그렇게 나에게 안겨서 씻고 있던 써니는 한껏 풀이 죽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아빠, 실수해서 미안해...”


말로는 괜찮다고, 쉬야해서 시원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나의 지침이 써니에게 전달되었던 모양이다. 서둘러 마음을 추스르고 써니를 재우고 나서, 그 상황을 되뇌어 보니 스스로 ‘실수’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에 또 한 번 마음이 무거워졌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써니의 자존감에 상처가 많이 난 것 같아서 속상해졌다. 나의 “괜찮아”라는 말이 써니에게는 괜찮지 않은 것 같아서 다음에 이런 상황에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오늘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어. 참 잘했어”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2021)>, 오은영, 김영사, 경기 파주, p.42.

 


문득 오은영 선생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에서 읽었던 이 문구가 생각이 났다. 여태까지는 뒤처리하는 나의 ‘수고’만을 생각했다면, 그동안 정작 배변훈련에 임하며 노력하고 있던 써니의 ‘수고’에 대해서는 공감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 전에 오늘 하루 동안 노력했던 써니의 ‘수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다음 날, 하원한 써니와 함께 집에서 열심히 배변훈련을 하고 자기 전에 써니와 함께 누워서 책을 읽고서 오늘 하루 배변 훈련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못 들은 척하고 뒹굴뒹굴거리더니, 잠들기 전에 나에게 와서 귓속말로 ‘사랑해!’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배변훈련을 시작한 지 2주가 넘어가고 있는데, 서서히 배변감을 느끼면 나를 찾으며 유아변기로 가서 쉬야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가끔 실수를 하기는 하지만, 교회에 갈 때도, 마트에 나갈 때에도 기저귀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이 익숙해졌다. 당연히 시시때때로 배변 의사를 물어보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새로운 임무가 생겼지만 말이다.

앞으로 써니의 삶에 이러저러한 어려움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내가 써니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써니의 ‘노력’과 ‘수고’에 공감해줄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써니야, 오늘 하루도 참 수고했고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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