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재조명

'온유'의 첫 번째 이야기 : 얼음들

kshroad 2024. 2. 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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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로 접어들자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맞았다. 그렇게 잠깐 눈을 맞았는데 녹아버린 눈 때문에 으슬으슬 추워졌고 해가 지고 나니 몸이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질 무렵 창밖으로 소복하게 쌓이는 눈으로 조금씩 얼어가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한 노래가 생각이 났다. 

"Akdong Musician(AKMU) - 얼음들(MELTED)"
붉은 해가 세수하던 파란 바다 검게 물들고
구름 비바람 오가던 하얀 하늘 회색 빛들고
맘속에 찾아온 어둠을 그대로 두고
밤을 덮은 차가운 그림자마냥 굳어간다
얼음들이 녹아지면
조금 더 따뜻한 노래가 나올텐데
얼음들은 왜 그렇게 차가울까
차가울까요
Why are they so cold
Why are they so cold

 

  온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던 붉은 해가 사라지고 나면 어둠이 찾아온다. 그렇게 어둠과 함께 파랗게 보이던 바다는 검게 물어버리고  순식간에 공기는 얼어붙어 우리의 몸도 마음도 굳어지게 만든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얼다'라는 단어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뜻을 제시하고 있다. 

① 액체나 물기가 있는 물체가 찬 기운 때문에 고체 상태로 굳어지다.
② 추위로 인하여 신체 또는 그 일부가 뻣뻣하여지고 감각이 없어질 만큼 아주 차가워지다.
③ 어떤 분위기나 사람에게 위압되어 긴장하거나 흥분하여, 침착한 태도를 잃고 당황하다.

  '얼다'라는 단어를 보면 먼저 액체 따위가 찬 기운에 의해 고체 상태로 굳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얗게 내리는 눈 역시도 이와 같이 대기의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얼음 결정으로 변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부드럽게 흐르는 물이 차갑고 딱딱한 고체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 역시 얼어붙어 버리곤 한다. 

  딱딱한 얼음처럼 얼어 굳어버린 '몸'은 따뜻한 외투 또는 코코아 한 잔이면 금방 사르르 녹아버리곤 한다. 그런데 한번 얼어붙어버린 '마음'은 무엇으로 녹일 수 있을까? 아니 우리의 마음은 왜 '얼어버리는' 걸까? 그리고 나는 언제 어느 포인트에서 마음이 뻣뻣하게 굳어 감각이 없어질 만큼 차가워지고 당황하는 것일까?

  나는 노래 가사와 같이 우리의 마음이 얼어붙어 버리는 이유를 마음속에 찾아온 '어둠'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따뜻한 빛을 비추는 '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마음에 '해'가 사라지면 어둠으로 뒤덮이게 되면서 마음과 생각 역시 차갑게 얼어붙어 버린다. 그렇게 얼어붙은 마음과 생각은 곧 우리의 말과 행동에도 영향을 주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어둠에서 비롯된 한기(寒氣)로 주변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처럼 앞서 살펴본 '얼다'라는 단어의 뜻처럼, 마음이 '얼어' 버리면 그 추위로 인해 나의 몸과 마음이 차가워지는 것뿐 아니라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얼어붙게 만든다. 

  얼어붙은 차가운 공기를 녹이는 데에는 밝게 빛나는 '해'가 필요하듯,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에는 밝게 빛나는 '예수님'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비추는 '빛'이시기 때문이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요한복음 1:4, 9

  나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얼어붙은 이 세상을 녹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말 한마디로, 나의 작은 행동 하나로 인하여 차디 차갑게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임으로써 예수님의 빛을 드러내는 따뜻한 존재가 되고 싶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더욱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가장 사랑하고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에게는 오히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쉽지 않다. 오히려 가족의 상황과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타인에게는 하지 못할 모진 말과 행동으로 얼어붙게 만들곤 한다.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며 뾰족뾰족했던 나의 모습을 회개하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와 딸이 책상에 앉아 주일학교에서 나누어 준 실천노트를 펼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딸 옆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니, 예수님의 '온유'에 대해 말씀을 쓰고 읽고 있었다.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행동해요!"라고 외치는 딸을 보며, 매일 하루를 살아갈 때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예수님의 '온유함'을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예수님의 '온유함'이 담겨 믿음의 선한 싸움을 이겨 나갈 수 있기를 도와달라고 말이다. 매 순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화가 나고 당황스럽겠지만, 그때마다 예수님의 '온유함'을 닮아 부드럽게 행동할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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