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hroad 2024. 3. 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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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3월 4일, 써니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 버스를 타려고 아침부터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양치 및 세수를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써니는 유치원에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매우 신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유치원 체육복으로 환복하려는 순간, 써니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감정의 변화였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과 기쁨에서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묘한 긴장감 등으로 변해가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부터 써니는 나에게 딱 달라붙어 있으면서 조금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툭 하고 건들면 바로 울음보가 터질 듯한 써니를 안고 조금 서둘러 현관문을 나섰다. 써니에게 조금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을 지나 내려갔던 터라 써니와 함께 창밖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앞 공사장에서 바쁘게 오가는 중장비 차량, 새하얗게 낀 안개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조금은 긴장이 풀리는 듯 옅은 미소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첫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유치원 차량이 오기로 한 곳을 찾아 걸어가는 도중, 저 멀리에서 초등학생 무리가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등교하는 1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고, 제법 고학년으로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설렘과 걱정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써니 역시도 언니 오빠들의 표정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읽었는지 나에게 물었다.

👧 "아빠, 저기 저 언니 오빠들은 어디에 가는 걸까?"

🧑 "아, 저기 언니 오빠들도 처음으로 학교에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야."

👧"아, 저기 큰 언니 오빠들은?

🧑 "저기 큰 언니 오빠들도 학교에 가는 건데, 오늘 처음으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거야. 그래서 조금 신이 나면서도 긴장되기도 하나 봐. 써니처럼 말이야!"

👧 "아?! 나만 처음 가는 것이 아니구나?!"

 
  자신보다 큰 언니 오빠들 역시도 오늘 처음으로 학교에 가고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조금 떨려 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란 듯 보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만 걱정되고 떨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는지 피가 안 통할 정도로 내 목을 꼭 안고 있던 팔이 조금은 느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진정된 상태로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하나둘씩 같은 유치원 재원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어색하게 줄을 서 있는데 써니 앞에 서있던 한 살 많은 6살 언니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자신은 6살이며 이름은 무엇인지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에 써니도 조금은 긴장이 풀렸는지 나에게 내려달라고 하더니 본격적으로 언니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써니의 발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이윽고 써니의 발끝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에서 유치원 차량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아이들이 신이 나서 외치기 시작했다. 

"코알라 차다!"

 
  써니 역시도 고개를 돌려 유치원 차량을 보면서 더욱 신이 나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생님 손을 잡고는 차량에 올라타고 얌전하게 앉아서 선생님이 안전벨트를 매어 주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앉기를 기다리면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펴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써니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이는가 싶더니 이내 빙긋하고 웃어주었다. 비록 함박웃음이 아니라 살짝 억지웃음이기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써니는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등원했다.

  '처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설렘과 동시에 긴장하게 된다. 누군가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기대감으로 인해 설렘이 더욱 앞서기도 하고, 누군가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긴장이 되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처럼 '처음'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한자 중에서 '처음'을 뜻하는 글자는 '初(처음 초)'가 있는데, 《说文》에 따르면 " 初,始也。从刀,从衣,裁衣之始也。"라고 하였다. 즉, 옷을 재단하기 위해서는 옷감에 칼을 대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衤(옷 의)'와 '刀(칼 도)'가 결합한 회의자(会意字)이다. 만약 누군가가 날카로운 칼에 다칠까 봐 칼을 잡지 못한다면, 혹은 아름다운 옷감이 망가질 것이 두려워 옷감에 칼을 대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옷을 재단하지 못할 것이다. 때로는 날카로운 칼에 손을 베일 수도 있고 치수를 잘못 재서 옷감을 망가뜨릴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없다면 내가 생각한 옷은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 오른손을 붙들고 네게 이르기를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할 것임이니라.
이사야 41:13
For I am the LORD your God who takes hold of your right hand and says to you, 
Do not fear, I will help you.
Isaiah 41:13

 
  우리의 삶 역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고 두렵다. 그 두려움을 딛고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비로소 우리는 꿈꾸고 바라던 모습의 나를,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태초부터 계획하시고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오른손을 붙들어 주시고 친히 도우시리라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으며 나아가야 한다. 

원복을 입으니 제법 유치원생 같아 보이네😍


  유치원에서의 첫날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세히 보니 아랫입술이 벌겋게 부어있었다. 아무래도 유치원에서 긴장을 많이 했는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써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하원했음에도 아직 긴장감을 떨칠 수 없는 것 같았다.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묻는 내 물음에 대답을 아끼더니, 한참 후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빠, 유치원에 생각보다 친구들이 많더라고. 그래서 조금 떨리기는 했어.
근데 중요한 건 친구들이 나랑 잘 지내자고 이야기해주었어.
그래서 너무 감사했어!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지내느라 수고했던 써니야, 오늘 정말 정말 많이 수고했어. 아침 유치원 버스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올라타고 유치원에서도 선생님께 먼저 다가가서 책 읽어달라고도 했다던데, 그리고 간식 시간에 빵에 잼을 야무지게 발라 먹고 더 먹고 싶다고 손을 들고 말했다며?! 정말 대단해! 누구나 '처음'은 쉽지 않아. 하지만 조심스럽게 할 수 있는 만큼 발을 내디뎠을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모든 것들을 볼 수 있단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셔서 좋은 친구들을 유치원에 보내주신 것처럼 말이야. 앞으로도 언제나 써니 옆에 엄마, 아빠가 함께할테니 도우시는 하나님 손 잡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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