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온유'의 두 번째 이야기 : 가시 돋은 마음과 쉼

kshroad 2024. 3. 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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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의 첫 번째 이야기 : 얼음들

2월로 접어들자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맞았다. 그렇게 잠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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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니는 올해로 5살(만 3세)이 되면서 3월부터 새로운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약 2년을 넘게 다니던 어린이집을 떠나며 정들었던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고, 새로운 유치원에서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써니가 유치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는 하였지만, 가정 어린이집 인터라 항상 써니의 친구들은 3~4명이 넘지 않는 작은 사회에서 지냈다. 그래서 갑자기 인원이 확 늘어난 유치원 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써니는 갑자기 많아진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법이 어렵다고 말했다. 유치원에서 처음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써니는 나에게 와락 안기면서 유치원에는 어린이집과는 다르게 놀 수 있는 장난감도 많고 친구들도 많아서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아 혼자 블록놀이를 했다는 것이다. 혹시 내일도 아무도 자신에게 먼저 놀자고 안 하면 어떻게 하냐며 입술을 삐죽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써니에게 나는 속상한 마음의 원인이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았던 것을 확인하고, 친구들이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해 보았다. 그러자 써니는 그건 너무 어렵다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써니는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 동안 짜증과 떼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쉽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울음이 터지며, 다시 아기처럼 안아달라고 하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조금 받아주며 숨을 크게 쉬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숨을 후~ 내뱉으며 진정해 보려 노력하기는 하였지만, 아주 작은 포인트에도 쉽게 터지는 울음과 지속되는 짜증에 나와 아내는 점점 지쳐갔다.  

  어느 날 저녁에는 써니의 짜증과 떼가 극도에 다다른 날이 있었다. 하원한 후 집에 도착해서부터 계속해서 짜증을 내더니 기어코 울음이 터져서 한 시간가량을 울며 떼를 부렸다. 그렇게 한참을 울며불며 난리를 피우던 써니는 부르짖듯이 말했다.
 

모르겠어...ㅠㅠ 모르겠다고... ㅠㅠㅠ
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ㅠㅠㅠ 
이 삐쭉삐쭉한 마음이 없어지질 않아ㅠㅠㅠ

 
 이전 어린이집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처음 마주치는 상황, 그리고 아직은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이 써니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 듯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마음 상태가 '삐쭉삐쭉'하게 변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를 몰라 짜증과 울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써니를 꼬옥 안아주면서 함께 심호흡하며 진정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마음이 '삐쭉삐쭉'해질 때면 딱 멈추어 서서 '후~~'하며 심호흡을 깊게 해 보자고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나 역시도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당황스러울 때면 쉽게 마음이 '삐쭉삐쭉'해질 때가 많다. 그리고 '삐쭉삐쭉'해진 내 태도와 마음이 사랑하는 주변 사람과 가족을 찌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짜증을 어떻게 할지 몰라 더 짜증이 날 때가 있다.  

  한자 중 '짜증'을 뜻하는 '煩(괴로워할 번)'을 보게 되면 '頁(머리 혈)'자와 '火(불 화)'자가 결합한 회의자(会意字)이다. 《说文》에 따르면 "煩, 热頭(头)痛也。"라고 하여 사람의 머리에 열이 오르는 듯이 마음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상태를 말한다.
  우선 우리의 몸에 열이 오른다는 것은 우리 몸에 염증이나 질환이 생겼다는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고열이 나는 상태가 유지되면 탈수 및 신체의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고, 심지어 뇌에 영향을 미쳐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도 하다. 그래서 열이 나면 얼른 열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의 가시와 같은 '짜증' 역시 머리와 마음에 열이 오르듯 답답하고 어지럽게 만든다. 그리고 이 삐쭉삐쭉한 '짜증'이 계속되면 그 하루 내내 생활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도 하며, 심지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쳐 그 관계가 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에 돋아 있는 가시와 같은 '짜증'을 내어 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하여 우리에게  '온유'함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물이 없어서 모세를 원망하던 그때에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에게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라고 하신다. 그러나 모세는 하나님께서 여러 차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기적을 친히 보여주셨음에도 여전히 불평불만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는 마음 가운데 '짜증'이 밀려왔을 것이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지팡이를 취하기는 하였으나, 그 행동에는 가시가 돋아 있어 반석을 두 번 치게 된다.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민수기 20:12
But the LORD said to Moses and Aaron, "Because you did not trust in me enough to honor me as holy in the sight of the Israelites, you will not bring this community into the land I give them."
Numners 20:12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런 모세와 아론에게 그런 행동은 하나님을 진정 믿지 못한 것과 같거니와 하나님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즉,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가시 돋은 행동과 말을 하는 것을 기뻐하시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고 실천하고자 노력하지만, 실제로 '짜증'이 한껏 올라 마음과 행동에 가시가 돋아 있을 때에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의 가시로 주변 사람을 날카롭게 찌르게 된다. 한껏 가시가 돋아 있는 써니에게 아무리 심호흡을 깊게 해 보라고 해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11:28~29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에게 쉬게 해 주신다고 약속하신다.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쉴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인데,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시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마음속에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 마음에는 '쉼'이 있어야 한다. 그 '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하는 그런 쉼이 아니라, 일상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사람들이 우리 안에 계시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마음의 위안과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그럼 '쉼'이다.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지만, 써니는 조금씩 선생님과 친해지고 친구를 사귀어 가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체리 모양의 머리핀을 꼭 하고 등원하고 싶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이전에 써니가 체리 모양의 머리띠를 하고 유치원에 갔을 때 한 친구가 예쁘다고 말했는데, 오늘도 체리 머리핀을 하고 가면 그 친구가 기뻐할 것이라는 것이다. 써니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묶고 체리 머리핀을 달아주며 마음으로는 내심 기뻤다. 유치원에 가는 것이 아직 힘들고 어려워서 눈물이 나는 그 순간에도 내가 예뻐 보이기 위해서 체리 머리핀을 다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체리 머리핀을 봄으로써 기분 좋을 것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조금씩 친구를 사귀어가고 노력하고 있는 써니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체리 머리핀을 달고 유치원 버스를 타는 써니를 보면서 나는 오늘 누구에게 어떤 모습과 말로 '온유'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순간순간 마음에 가시가 돋아 올라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 때도 있겠지만, 매일매일 예수님을 닮아 마음에 '쉼'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써니가 집에 돌아오면 친구가 써니의 체리 머리핀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리고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마음의 '쉼'을 전해줄 수 있을지 꼭 이야기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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