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

kshroad 2024. 3.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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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함께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먹고 써니와 함께 문을 나섰다. 어제저녁 잠들기 전부터 써니와 한 가지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바로 '뒷산 탐험하기'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되어 가던 터라 아직 아파트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익숙하지 않았는데, 마침 아파트 뒤에 조그마한 산이 있는데 그 안에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주말에 함께 올라가 보기로 약속했다. 안 그래도 며칠 전, 써니와 함께 단둘이 산책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다녀보다가 산책로를 발견하고 그 앞까지 가보기는 했었다. 그런데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던 늦은 오후라서 지금 산에 올라가면 위험할 것 같아 산책로 입구까지만 가보고 금방 내려온 적이 있다.

드디어 뒷산 탐험을 시작하다!
👧 "아빠, 왜 더 올라가지 않아요?"

🧑 "아, 해님이 이제 집에 갈 시간이라서 금방 깜깜해질 거거든.
       앞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으면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우리 다음에 산에 올라가 보자."

👧 "힝, 산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보고 싶었는데.. 그럼 언제 산에 올라갈 수 있어요?"

🧑 "음.. 주말에 여유가 있을 때 함께 올라가 보는 건 어떨까? 

👧 "엄마, 아빠, 써니 모두 함께요? 좋아요!"

 
  그렇게 주말에는 '뒷산 탐험'을 가자고 약속해 두었는데, 금요일 저녁 잠들기 전에 내일이 주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써니는 그 약속을 기억해 내서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함께 뒷산에 올라가 보자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 세 가족은 아침에 함께 께 뒷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뒷산을 '탐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써니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리고는 자꾸만 빠른 걸음을 앞서 걸으려고 하였다. 그렇게 써니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을 보고 아내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써니와 나란히 걸었다. 그러자 써니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그렇게 써니와 아내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였는데, 더 이상 엄마보다 빨리 갈 수 없겠다고 판단한 써니는 큰 소리로 엄마를 멈춰 세우고는 이야기했다. 
 

지금 뒷산에 가는데 나랑 아빠는 이전에 가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엄마는 처음이죠? 그러니까 내가 ‘앞장’설 테니 엄마는 '뒷장'서도록 해요!

 
  써니의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앞장서다'라는 말처럼 뒤에 따라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참으로 기발했다. 타인보다 앞에 서서 걸어가는 것을 '앞장서서' 걸어간다고 하니, 뒤에서 걷는 것을 표현하고자 '뒷장 서서' 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아내와 나는 기발한 써니의 표현에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고, 써니 역시도 웃음이 터진 우리를 보고 함께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게 기존에 알고 있던 어휘 또는 표현 등의 언어 자료를 활용하여 새로운 규칙 또는 표현을 무한하게 만들어 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를 ‘일반화(generalization)’라고 한다. 이런 '일반화'는 아동이 언어 습득 및 학습하는 주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화'가 모든 언어 표현에 있어서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방금 써니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동일한 범주에 속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존에 알고 있던 어휘 및 문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류를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 또는 '발달적 오류(developmental error)'라고 한다. 물론 '과잉 일반화'는 언어를 습득 및 학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이기는 하지만, 언어를 습득 및 학습하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점차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언어 습득 및 학습에 있어서 치명적인 오류로 남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과잉 일반화'는 인간의 언어에 있는 '창조성'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일반화(generalization)’란, 몇몇 규칙을 기억하고 동일한 범주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서 언어를 생성해 내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언어 습득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기제이다. …… 일반화를 통해 아동이 언어 사용 영역을 확장시켜 가지만, 때로는 몇몇의 문법 규칙에는 예외가 있어 과일 일반화를 낳게 된다. ……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이란, 기존에 알고 있던 규칙을 관련 범주에 일괄적으로 적용시키면서 성인의 언어에서 통하지 않는 문법을 구사하는 것을 말한다.

√ 이승연(2021), 《한국어 교육을 위한 응용언어학 개론》, 경기 파주: 태학사, pp.95~96.

  
  그렇게 써니의 재치 있는 표현 덕분에 우리 세 가족은 기분 좋게 뒷산을 탐험할 수 있었고, 그날 저녁 고이 잠이 든 써니를 보면서 우리의 언어 능력에는 참으로 신기하고 창조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에너지가 넘치는 써니를 보면서 '과잉 일반화'하고 있는 것을 없을지 생각해 보았다. 평소 워낙 활동량이 많은 아이이다 보니,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흥분하여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 튀어 나가곤 한다. 그래서 써니가 앞으로 나아갈 순간만 되면 나도 모르게 써니 외투의 모자 또는 가방을 잡아당기게 된다. 그러다가 보면 써니는 전혀 앞으로 뛰어갈 생각이 없었는데 강압적으로 잡아당긴 나의 팔에 오히려 넘어지거나 비틀거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던 써니를 내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 '과잉 일반화'하여 아이를 바라본 것이다. 
 
써니와 함께 했던 뒷산 탐험을 돌이켜 보다가 '우리는 산책을 왜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산책을 함으로써 기분을 전환시킬 수도 있으며,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 그대로를 느끼며 계절의 변화를 체험하고자 산책을 한다. 다시 말해, 써니에게 있어서 '뒷산 탐험'은 자유롭게 행동하며 자연 하나하나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써니의 행동을 하나부터 열까지 제지시키며 통제하여 써니의 귀한 탐험 시간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과잉 일반화'된 삶 속에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불안과 걱정 안에서 갇혀 써니가 경험할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는 나의 삶속에서 성급한 나의 일반화로 써니의 행동 하나하나에 조급하게 살아가기보다는 하나님께서 매 순간 알맞게 베풀어 주시는 은혜와 평안함을 온전하기 누리며 살아가길 기도해본다.

뒷산 탐험 보고를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나는 이러한 나의 '과잉 일반화'된 행동은 한순간에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서 써니의 안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위험한 요소는 없는가 계속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나의 통제된 시선과 행동 때문에 써니가 겪어야 할 행동, 그리고 느껴야 할 하나님의 크고 풍성하신 은혜를 놓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의 생각과 계획으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하나님의 크고 풍성하신 은혜를 말이다. 
 

써니야, 오늘 함께 뒷산을 탐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단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하지?
뒷산에 그렇게 나무와 풀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고, 봄이 되어 꽃도 피고 있는 것도 너무 신기했지?

그런데 아빠가 써니에게 사과할 것이 하나 있어.
써니가 움직일 때 아빠가 모자를 잡아서 휘청했던 거 기억나니?
아빠는 그때도 말했지만, 써니가 넘어지고 다칠까 봐 그랬던 거야. 
그런데 아빠가 조금 생각을 해보았더니,
아빠의 그런 걱정이 써니가 하나님의 놀라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어.  
앞으로는 써니가 많은 경험을 하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아빠가 도와줄게!
하지만 써니가 다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행동하기 전에 먼저 아빠한테 이야기해 주면 좋을 것 같아. 

우리 함께 하나님께서 만드신 귀한 세상을 탐험하며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혜를 경험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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