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

적용의 실패

kshroad 2021. 1. 1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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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을 알게 된 후 병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임신부의 병원 진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써니와 병원 나들이를 가게 되는 일이 많아진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임신 초기, 아내는 자주 혈이 비쳤다. 임신 초기 혈이 비친다는 것은 그만큼 유산의 위험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나는 유산의 위험도 걱정되었지만, 그보다도 아내의 마음이 걱정되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몸의 변화로 인해 체력적으로, 심적으로도 힘이 들 텐데,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까지 떠안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칠삭둥이로 태어난 아내가 본인 탓을 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뻔히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한 템포 기다리면서 학생이 스스로 해결해 보도록 기회를 주는 편이다. 그렇게 노력함에도 해결이 되지 않아 직접 도움을 요청할 때, 나는 비로소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요청의 한 마디로 어려웠던 일들이 해결되어 기뻐하는 친구들에게 꼭 한 마디씩 덧붙여 준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 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로 간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머리털까지도 세시는 분이시기에, 우리가 기도제목으로 꺼내지 않아도 우리의 필요를 알고 채워 주시는 분이시다. 하지만 우리가 절실하게 간구하여 온전히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음을 나타낼 때, 하나님께서도 더욱 기뻐하시며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과 은혜로 함께 하시지 않을까?

학생들에게 매번 하던 이야기였지만,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지던 그때에는 이 사실을 떠올리며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찾아온 써니이기에 그대로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지만, 정작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이 두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럴 때일수록 합심하여 기도해야 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생각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우리의 입으로 직접 기도 제목으로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준 말씀이 있다.

시편 34:4
내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내게 응답하시고 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지셨도다


함께 이 말씀을 묵상하다가 순간 깨달아졌다. 그동안 우리가 두려움에 잠식당해 하나님께 간구할 생각을 하지 못했구나라는 깨달음이 몰려왔다.

아무리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어도 죽고 사는 것, 생사는 온전히 하나님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써니의 생사를 주관하실 분도, 써니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실 분도 하나님뿐임을 믿고 기다리며 기도하는 것만이 정답이었음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출산까지 약 50일이 남은 지금까지 잘 지내올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하다. 막달에도 약간의 혈이 비쳐 누워 지내기는 하였지만, 이제는 걱정이 생기면 기도제목으로 내어 함께 기도하려 노력한다. 앞으로도 삶의 순간마다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에 힘겨울 때가 있겠지만, 그때마다 우리 부부와 써니가 하나님 앞에서 울부짖으며 함께 기도함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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