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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세계관 84

내가 다 알고 있거든요

2025년, 올해로 6살이 된 우리 딸은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TV 프로그램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짧은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어린이 캐릭터 프로그램은 즐겨 보지만, 유독 영화만은 질색을 하며 싫어했다. 딸이 영화를 싫어하게 된 것은 온전히 한 가지 이유였다. 그것은 바로 영화의 기본적인 서사 가운데 등장하는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 때문이다. 여러 어린이 영화가 그러하듯 주인공을 소개하고 그 주인공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간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어려움과 고난을 겪게 되지만 결국은 주변 친구들의 도움과 끝없는 노력으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는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 방식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에게 어려움이 찾아오고 좌절하는 과정에서 딸은 주인공에 감정..

기독교사를 위한 언어학의 재조명

2024년 1월, 기도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월,  “기독교사를 위한 언어학의 재조명”이 출간되었습니다. 그간 기독교사로 살아오면서 항상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한 수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만드셨다고 증거하는 사람이라면 교과 지식 역시 예수님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부하며 수많은 언어 표현과 규칙, 그리고 언어학 이론 가운데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발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책에는 그간 10 여 년 동안 교직에 있으며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한 언어 수업을 준비라며 공부한 고민과 경험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성경적 세계관 언어 수업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모아지고 풍성한 나눔..

벚꽃, 그리고 추억(追)

4월이 되니 온 거리의 가로수에는 눈꽃같이 새하얀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늘하늘한 바람을 맞으며 사르르 떨어지는 벚꽃을 보고 있으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와 마지막으로 인사하던 그날, 병원 앞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2023년 4월 써니와 조카의 생일이 단 하루 차이라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생일파티를 하러 내려갔던 금요일 저녁, 내일이면 할머니를 볼 수 있다며 아이들은 잔뜩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우리도 병원 안에 모두가 함께 모여 있을 수는 없으니 요양원 1층 로비에서 케이크에 촛불을 꽂아 사진을 찍자며 내일을 계획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그에 맞추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춤을 추는 덕분에 사진이 참 예쁘게 나올 것 같아 나 역시도 잔뜩 기대가 되었..

삶의 재조명 2024.04.04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

한적한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함께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먹고 써니와 함께 문을 나섰다. 어제저녁 잠들기 전부터 써니와 한 가지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바로 '뒷산 탐험하기'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되어 가던 터라 아직 아파트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익숙하지 않았는데, 마침 아파트 뒤에 조그마한 산이 있는데 그 안에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주말에 함께 올라가 보기로 약속했다. 안 그래도 며칠 전, 써니와 함께 단둘이 산책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다녀보다가 산책로를 발견하고 그 앞까지 가보기는 했었다. 그런데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던 늦은 오후라서 지금 산에 올라가면 위험할 것 같아 산책로 입구까지만 가보고 금방 내려온 적이 있다...

약속, 約

금요일 오후, 어김없이 써니를 하원시키려고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써니와 마주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기분 좋게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하루 유치원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묻고 답하고 있던 그 순간, 써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써니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빠, 유치원에는 약속이 많아. 그런데 나 오늘 약속을 어겼어.. 써니의 말을 들어보니 이제 막 새 학기를 시작한 3월이기 때문에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써니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교실에서 지켜야 할 약속, 밥 먹으면서 지켜야 할 약속, 화장실에 갈 때 지켜야 할 약속 등등 유치원 생활에 필요한 규칙들을 설명해 주시고 그것들을 지켜달라고 교육하시는 기간인 듯했다. 그런데 그 약속 중에서 가장 써니가 지키기 어려워하는 약속..

'온유'의 두 번째 이야기 : 가시 돋은 마음과 쉼

'온유'의 첫 번째 이야기 : 얼음들2월로 접어들자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맞았다. 그렇게 잠깐 눈jesushanyuedu.tistory.com 써니는 올해로 5살(만 3세)이 되면서 3월부터 새로운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약 2년을 넘게 다니던 어린이집을 떠나며 정들었던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고, 새로운 유치원에서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써니가 유치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는 하였지만, 가정 어린이집 인터라 항상 써니의 친구들은 3~4명이 넘지 않는 작은 사회에서 지냈다..

처음, 初

2024년 3월 4일, 써니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 버스를 타려고 아침부터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양치 및 세수를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써니는 유치원에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매우 신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유치원 체육복으로 환복하려는 순간, 써니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감정의 변화였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과 기쁨에서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묘한 긴장감 등으로 변해가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부터 써니는 나에게 딱 달라붙어 있으면서 조금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툭 하고 건들면 바로 울음보가 터질 듯한 써니를 안고 조금 서둘러 현관문을 나섰다. 써니에게 조금 감정..

만남의 축복

2024년, 새해가 밝기 전부터 써니는 들떠서 모든 행동과 물건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였다. 바로 ‘언니’가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써니는 올해로 5살(만 4살, 사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만 3살이지만ㅋㅋ)이 되었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27일 오전 10시 41분 써니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21년 3월 아내는 복직을 하고 나는 육아휴직을 신청하였다. 3월부터 써니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일상이 너무 행복했다. 내 손으로 직접 유아식을 준비하고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고 품에 안기어 잠든 써니를 보면서 적어도 두 돌까지는 내 품에서 안아 키워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그 다짐이 무색하리만큼 21년 9월 나는 대학원에 복학하게 되었다. 내 전공 분야에서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입학했던 박사..

태도(態度), attitude

2021년 3월,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온전히 아이와 하루를 함께하였다. 그 시간을 통하여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놀이와 행동으로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진짜 '아빠'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정의 미학 써니가 태어나기 전,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 써니가 곧 태어나는데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써니가 태어나면 잘할 수 있겠지? 👩 나는 10달을 내 뱃속에 품고 있었지만, jesushanyuedu.tistory.com 2013년 처음으로 교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온통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로 가득했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우리 반 아이들이 주는 행복감과 기..

삶의 재조명 2024.03.03

'온유'의 첫 번째 이야기 : 얼음들

2월로 접어들자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맞았다. 그렇게 잠깐 눈을 맞았는데 녹아버린 눈 때문에 으슬으슬 추워졌고 해가 지고 나니 몸이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질 무렵 창밖으로 소복하게 쌓이는 눈으로 조금씩 얼어가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한 노래가 생각이 났다. "Akdong Musician(AKMU) - 얼음들(MELTED)" 붉은 해가 세수하던 파란 바다 검게 물들고 구름 비바람 오가던 하얀 하늘 회색 빛들고 맘속에 찾아온 어둠을 그대로 두고 밤을 덮은 차가운 그림자마냥 굳어간다 얼음들이 녹아지면 조금 더 따뜻한 노래가 나올텐데 얼음들은 왜 그렇게 차가울까 차가울까요 Why ..

삶의 재조명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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