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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30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

한적한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함께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먹고 써니와 함께 문을 나섰다. 어제저녁 잠들기 전부터 써니와 한 가지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바로 '뒷산 탐험하기'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되어 가던 터라 아직 아파트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익숙하지 않았는데, 마침 아파트 뒤에 조그마한 산이 있는데 그 안에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주말에 함께 올라가 보기로 약속했다. 안 그래도 며칠 전, 써니와 함께 단둘이 산책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다녀보다가 산책로를 발견하고 그 앞까지 가보기는 했었다. 그런데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던 늦은 오후라서 지금 산에 올라가면 위험할 것 같아 산책로 입구까지만 가보고 금방 내려온 적이 있다...

약속, 約

금요일 오후, 어김없이 써니를 하원시키려고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써니와 마주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기분 좋게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하루 유치원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묻고 답하고 있던 그 순간, 써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써니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빠, 유치원에는 약속이 많아. 그런데 나 오늘 약속을 어겼어.. 써니의 말을 들어보니 이제 막 새 학기를 시작한 3월이기 때문에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써니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교실에서 지켜야 할 약속, 밥 먹으면서 지켜야 할 약속, 화장실에 갈 때 지켜야 할 약속 등등 유치원 생활에 필요한 규칙들을 설명해 주시고 그것들을 지켜달라고 교육하시는 기간인 듯했다. 그런데 그 약속 중에서 가장 써니가 지키기 어려워하는 약속..

'온유'의 두 번째 이야기 : 가시 돋은 마음과 쉼

'온유'의 첫 번째 이야기 : 얼음들2월로 접어들자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맞았다. 그렇게 잠깐 눈jesushanyuedu.tistory.com 써니는 올해로 5살(만 3세)이 되면서 3월부터 새로운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약 2년을 넘게 다니던 어린이집을 떠나며 정들었던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고, 새로운 유치원에서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써니가 유치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는 하였지만, 가정 어린이집 인터라 항상 써니의 친구들은 3~4명이 넘지 않는 작은 사회에서 지냈다..

처음, 初

2024년 3월 4일, 써니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 버스를 타려고 아침부터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양치 및 세수를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써니는 유치원에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매우 신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유치원 체육복으로 환복하려는 순간, 써니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감정의 변화였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과 기쁨에서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묘한 긴장감 등으로 변해가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부터 써니는 나에게 딱 달라붙어 있으면서 조금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툭 하고 건들면 바로 울음보가 터질 듯한 써니를 안고 조금 서둘러 현관문을 나섰다. 써니에게 조금 감정..

만남의 축복

2024년, 새해가 밝기 전부터 써니는 들떠서 모든 행동과 물건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였다. 바로 ‘언니’가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써니는 올해로 5살(만 4살, 사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만 3살이지만ㅋㅋ)이 되었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27일 오전 10시 41분 써니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21년 3월 아내는 복직을 하고 나는 육아휴직을 신청하였다. 3월부터 써니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일상이 너무 행복했다. 내 손으로 직접 유아식을 준비하고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고 품에 안기어 잠든 써니를 보면서 적어도 두 돌까지는 내 품에서 안아 키워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그 다짐이 무색하리만큼 21년 9월 나는 대학원에 복학하게 되었다. 내 전공 분야에서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입학했던 박사..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주기

써니가 두 돌이 지나면서 가장 재미있어하는 놀이 중 하나는 '퍼즐'이다. 처음에는 바나나 모양의 3조각 퍼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돌리다가 제법 빠르게 모양을 맞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4조각, 5조각 퍼즐도 하고 싶어 했다. 한참을 퍼즐 조각을 맞추려고 노력하더니 3조각 퍼즐만큼 쉽지 않았는지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써니 혼자 고전하는 모습을 보던 아내는 써니에게 말했다. "어려워도 우리 같이 해 볼까?" 그 모습을 보다가 순간 뜨끔했다. 그동안 써니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면, 나는 조용히 퍼즐 조각 제자리를 가리키며 힌트를 주며 얼른 퍼즐을 완성하도록 도왔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퍼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나이이기도 하고 혼자 그렇게 고전하기보다는..

아빠, 실수해서 미안해...

어느덧 써니는 26개월에 접어들면서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언니 오빠들, 그리고 친구들이 화장실 이용하는 것을 보자 조금씩 관심을 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른 감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아 너무 섣불리 시작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이렇게 스스로 관심을 보일 때 시작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가정에서도 배변 훈련에 동참해줄 것을 권유하셨다. 그래서 예전에 아내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유아변기와 함께 예쁜 속옷을 주문하고 써니와 함께,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배변훈련을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아내와 함께 여러 육아서 및 육아 영상을 찾아보며 어떻게 배변훈련을 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적용해보려 노력하였다. 여러 조언과 방법들의 공통된 의견으로는 바로 아이의 ..

拔苗助長(발묘조장)

며칠 전, 써니가 함께 책을 읽고 싶다며 내 손을 잡더니 책장으로 이끌었다. 동화책 몇 권을 읽더니, 써니가 책장에서 '달력' 하나를 찾아냈다. 바로 2018년에 아내가 우리 사진을 넣어 만든 달력이다. 아내와 만나기 시작하며 찍은 사진, 결혼식 사진, 신혼여행 사진,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한 많은 추억들이 담겨 있어서 써니와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달력을 보다 보니 벌써 육아휴직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써니와 참 많은 것을 함께할 수 있었다. 봄에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돋아나는 새싹도 보았고, 여름에는 신나게 물놀이도 했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도 구경했고, 겨울에는 펑펑 내리는 함박눈도 함께 맞았다.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이유식은 잘 ..

딸에게 배우는 삶의 자세

생후 560일이 넘어가니, 써니와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상황과 대상에 따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억지스러운 표정과 동작으로 웃음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실한 자기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먹고 싶은 것과 놀고 싶은 장난감을 얻기 위해, 가고 싶은 장소로 가기 위해 손과 발, 그리고 목소리와 표정 등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가며 자신이 목표한 바를 얻고자 노력한다. (특히 먹을 것에...) 이렇게 조금씩 의사표현을 해 가며 자라 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써니의 세계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엉뚱한 것에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염 약을 다 먹은 후 약통 ..

마땅히 가르쳐야 할 가치 있는 것

써니는 생후 1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산책을 할 때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수줍게 살짝 흔드는 것 같더니 몇몇 어른들이 인사를 받아주며 같이 손 흔들어 주니 이제는 사람이 지나가면 저 멀리에서부터 손을 흔들고 있다. 이렇게 함께 인사하기 좋아하는 써니를 보며 아내와 참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저녁 잠자기 전 써니를 안아주며 기도를 하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는 것이 바로 ‘받은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써니가 되기를’ 라는 기도 제목이다. 개인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의 첫 걸음을 ‘인사하는 것’이며, 인사하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가치'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또는 대상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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