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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 것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고 5초 정도 눈을 감고 있으면 밤새 잠들어 있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기분이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문득 엄마가 생각이 났다.
이 따뜻한 물, 엄마가 참 좋아했겠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조립식 건물이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찌는 듯이 더웠고, 겨울에는 살이 에일 듯이 추웠다. 건물 자체가 이렇게 열악했는데, 씻을 수 있는 화장실이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수도꼭지를 열면 여름에는 지열 때문에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물이 나왔고, 겨울에는 차디 찬 바람 때문에 보일러를 한참을 틀어야 미지근한 물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 집은 매주 토요일이면 목욕탕에 가서 따뜻하고 시원한 물에 몸을 담가 한 주간의 피로를 씻어내길 좋아했다.
내가 독립하고 결혼한 후에도, 엄마가 집에 오실 때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한참을 씻으셨다. 살이 빨개져 익을 듯한 뜨거움에도 엄마는 물이 좀 더 뜨끈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 아무래도 평생을 덥고 추운 집에서 사셨던 설움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오시면 그 후끈한 열기를 위해 보일러 온도를 올려놓았었다.
엄마, 천국에는 뜨거운 물 잘 나오나?
우리집도 뜨~거운 물 잘 나오는데, 언제 한번 몸 지지러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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