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을 알게 된 후 병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임신부의 병원 진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써니와 병원 나들이를 가게 되는 일이 많아진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임신 초기, 아내는 자주 혈이 비쳤다. 임신 초기 혈이 비친다는 것은 그만큼 유산의 위험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나는 유산의 위험도 걱정되었지만, 그보다도 아내의 마음이 걱정되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몸의 변화로 인해 체력적으로, 심적으로도 힘이 들 텐데,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까지 떠안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칠삭둥이로 태어난 아내가 본인 탓을 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뻔히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한 템포 기다리면서 학생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