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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5

엄마가 참 좋아했겠다

내가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 것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고 5초 정도 눈을 감고 있으면 밤새 잠들어 있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기분이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문득 엄마가 생각이 났다. 이 따뜻한 물, 엄마가 참 좋아했겠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조립식 건물이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찌는 듯이 더웠고, 겨울에는 살이 에일 듯이 추웠다. 건물 자체가 이렇게 열악했는데, 씻을 수 있는 화장실이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수도꼭지를 열면 여름에는 지열 때문에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물이 나왔고, 겨울에는 차디 찬 바람 때문에 보일러를 한참을 틀어야 미지근한 물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 집은 매주 토요일이면 목욕탕에 가서 ..

삶의 재조명 2025.04.01

벚꽃, 그리고 추억(追)

4월이 되니 온 거리의 가로수에는 눈꽃같이 새하얀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늘하늘한 바람을 맞으며 사르르 떨어지는 벚꽃을 보고 있으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와 마지막으로 인사하던 그날, 병원 앞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2023년 4월 써니와 조카의 생일이 단 하루 차이라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생일파티를 하러 내려갔던 금요일 저녁, 내일이면 할머니를 볼 수 있다며 아이들은 잔뜩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우리도 병원 안에 모두가 함께 모여 있을 수는 없으니 요양원 1층 로비에서 케이크에 촛불을 꽂아 사진을 찍자며 내일을 계획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그에 맞추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춤을 추는 덕분에 사진이 참 예쁘게 나올 것 같아 나 역시도 잔뜩 기대가 되었..

삶의 재조명 2024.04.04

엄마, 그리고 여자

내 핸드폰에는 ‘엄마’가 아닌 엄마 이름으로 저장이 되어 있다. 내가 아는 한, 엄마는 결혼하면서부터는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왔기에, 그저 나의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하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내가 엄마도 여자인 것을, 아니 한 인격체로서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고등학생이 되어서 이다. 17여 년을 그저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오던 사람이 어느 순간 목표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나에게 아주 크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어느 날 저녁, 엄마가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에게 아주 들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선호야, 엄마가 목표가 하나 생겼어. 엄마, 운전면허 딸 거야!” 군산이라는 소도시에서도 시골에서..

삶의 재조명 2022.01.19

일상의 감사

우리는 '감사'라는 주제의 자기 계발서나 강연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감사할 수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다, 감사가 또 다른 감사를 낳는다 등등 감사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한다. 책이나 강연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접하면 처음에는 감사하며 살아야지 하다가도, 내 주변을 바라보면 감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나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항상 부족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나보다 부유하거나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기에 상대적 박탈감에 '감사'를 떠올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감사'를 해야 하는 걸까? 에베소서 1:15~19 15 이로 말미암아 주 예수 안에서 너희 믿음과 모든 성도를 향한 사랑을 나도 듣고 16 내가 기도할 때에 기억하며 너희로 말미암아 감사하기를 그..

삶의 재조명 2021.02.16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20대 초반, 나는 내가 엄마에게 좋은 아들인 줄 알았다. “엄마! 나 같은 아들 없지? 장학금도 타지, 용돈 달라고도 않고 생활비도 알아서 벌지, 해야 할 일 알아서 다 하지, 엄마는 나 같은 아들 두어서 좋겠다!” 그래서 자주 이렇게 말하며 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최고의 것을 선물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했다. 그러던 2010년, 나의 무능력함이 뼈저리게 느껴지던 한 해였다. 군대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던 1월, 부모님이 지내고 계시던 집과 교회가 화재가 연달아 나서 정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셨다. 그렇게 교회를 복구하고 있던 중, 어머니께서 가슴에 통증을 느끼셨다. 참고 참다가 결국 병원에 가셨고 결국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장장 1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술하고 나오셨던 엄마의 ..

삶의 재조명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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