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저녁 식사 후에 꼭 엄마와 산책을 했다. 신선한 공기와 속삭이는 벌레 소리와 함께 한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엄마와 함께하는 그 산책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은 운동으로서의 산책이 아니라, 엄마에게서 받는 특별 인생 수업이었다. 내가 대학에 진학하고서는 그전처럼 자주 걷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엄마와 함께 걷는 산책이 기다려진다. 며칠 전, 엄마와 병동 복도를 거닐었다. 비록 근사한 산책로는 아니었지만, 엄마와 팔짱을 끼고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오랜만에 함께 웃으며 한참을 걸었더니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던 엄마도 그날 저녁에는 곤히 잠드셨다. 엄마는 오랜만에 꿈을 꾸셨다고 한다. 칠흑 같은 터널을 걸러가는데 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