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재조명

진정한 행복과 평안

kshroad 2021. 2. 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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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저녁 식사 후에 꼭 엄마와 산책을 했다. 신선한 공기와 속삭이는 벌레 소리와 함께 한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엄마와 함께하는 그 산책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은 운동으로서의 산책이 아니라, 엄마에게서 받는 특별 인생 수업이었다. 내가 대학에 진학하고서는 그전처럼 자주 걷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엄마와 함께 걷는 산책이 기다려진다.

며칠 전, 엄마와 병동 복도를 거닐었다. 비록 근사한 산책로는 아니었지만, 엄마와 팔짱을 끼고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오랜만에 함께 웃으며 한참을 걸었더니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던 엄마도 그날 저녁에는 곤히 잠드셨다.


엄마는 오랜만에 꿈을 꾸셨다고 한다. 칠흑 같은 터널을 걸러가는데 빛 하나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던 그때, 눈 앞에 빗자루 하나가 나타났다. 그 빗자루에 몸을 맡기니 둥실둥실 빛을 찾아 날아가기 시작했고 결국 터널 끝이 보이고 하얀 구름이 나타났다.

구름빵 사이를 지나가니 구름 속에는 엄마 스스로의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 즐겁고 힘들었던 순간을 다시 지켜보며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손에 쥐고 있던 모든 것은 사라져 가지만 오직 한 가지만 엄마 곁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바로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던 순간, 큰 빛이 엄마를 감싸고 안아 주어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과 평안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잠에서 깬 엄마는 나를 잡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당신 스스로가 비록 10년이 넘는 투병생활로 인해 육체는 너무 지치고 힘들지라도 영혼까지 피폐해지지 않도록 노력했었음을 기억해 달라고 말이다. 앞으로 살아가며 육체의 건강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영의 건강이 가장 먼저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셨다.

요한복음 6:63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

이 세상의 것은 유한하여 언젠가는 사라지기에 우리의 삶의 소망을 이 세상의 물질에 두기보다는, 영원히 빛나는 생명의 말씀에 두기를 기대한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나니 기쁨도 두 배, 행복도 두 배, 감사도 두 배였다는 엄마의 고백처럼, 희망의 빛줄기 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영육 간의 강건함을 지켜 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또한 빗자루에 몸을 맡기듯 하나님께 나의 모든 것을 맡기어 구름 속에 있는 듯한 평안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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