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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30

서로 성장하는 것

생후 400일 즈음이 되자, 써니는 이제 제법 혼자 잘 걷는다. 집 앞 공원에 산책을 가면 이제는 안겨있기보다는 직접 발을 내디뎌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싶어 한다. 물론 아직 마음이 급해 발이 꼬여 넘어질 때가 있기 때문에 혼자 걷고 있는 써니를 보는 내 마음은 항상 노심초사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써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잡아주려 애를 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혼자 걷는 법을 터득한 써니가 나의 손길을 뿌리치며 혼자 걸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 이 순간에도 써니는 자라고 있구나!"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넘어지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던 나의 손길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써니의 성장을 막고 있는 손이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신나게 놀고 잠든 써니를 보며 근래..

한 걸음 한 걸음

써니는 12개월에 접어들자 주위에 있는 사물을 잡고 일어서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떼기 시작하더니, 요즘에는 툭하면 잡아주는 내 손을 뿌리치고 혼자 걷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균형을 잡을 수 없어 곧잘 넘어지곤 한다. 그렇게 몇 번 혼자 걷기를 시도하다가 마음처럼 되질 않으니 온갖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내 손을 뿌리치지만 않으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걸 모르는 아이이기에 여전히 도와주는 손을 뿌리치며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한참을 도전하다가 결국 울음이 터진 써니를 안아 달래다가 하나님 보시기엔 우리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알맞은 때와 방법으로 붙드는데 우리는 여전히 내..

과정의 미학

써니가 태어나기 전,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 써니가 곧 태어나는데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써니가 태어나면 잘할 수 있겠지? 👩 나는 10달을 내 뱃속에 품고 있었지만, 자기는 그런 과정이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냥 지금처럼만 함께 있어주면 돼. 임신테스트기에 빨간 두 줄을 보았을 때에는 진짜 생명이 태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지내다가 보니 곧 출산을 앞두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10달 동안 초음파로, 태동으로 생명을 느꼈는데 막상 곧 출산을 앞두고 나니 진짜 내가 아빠가 되는 것인가 하는 막연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멍해 있는 나에게 잘할 수 있다고 아내는 응원해 주었고, 써니를 안아보면 실감 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

올바른 훈육

올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학교에 있던 짐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썼던 교무일지를 발견하였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약 8년간의 교직생활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무언가 기분이 묘했다. 그간 8년의 고민과 노력이 녹아있는 것을 살펴보니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수업에 대한 고민도 참 많이 했지만, 그보다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생활지도'이다. 공립에서는 줄곧 학생부 업무만 맡았고 지금 기독대안학교에서는 담임이 모든 생활지도를 함께 해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올바르게 '훈육'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래서 초임 때에는 옆 선생님을 따라 소리도 질러보고, 가벼운 욕도 섞어 이야기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방법이 아니었기에 금방 지쳐버리고 하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나만의 색..

완벽한 부모로서의 노력

도하는 생후 7개월이 되자 붙잡고 일어서더니, 8개월 차에 접어들자 혼자 서 있으려고 했다. 하루는 아내가 도하와 외출한 후, 손을 씻으려고 잠시 매트 위에 아이를 내려놓았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찰나에 도하는 혼자 서 있으려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장난감에 잇몸을 다쳤다. 세상이 떠나갈 듯한 울음과 입고 있던 흰 옷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피가 많이 났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아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아내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나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는 나를 보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도하가 다치지 않을 텐데 라며 ..

함께 즐거워 하기

도하가 태어나고 아내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던 적이 많이 있다. 그렇게 잠이 많던 아내가 늦은 밤에 도하가 조금만 뒤척이면 깨어 달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장바구니 드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아내가 9kg가 넘는 도하를 한 손으로 번쩍 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아내를 보며 가장 감탄했던 것은 도하 이유식을 먹일 때다. 아내는 일찌감치 도하에게 '아이주도이유식'을 하고 싶어했다. '아이주도이유식'이란 말 그대로, 아이가 부모가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음식을 탐색하고 집어먹는 주도적인 자세로 식사에 임하는 것이다. 처음에만 이 '아이주도이유식'에 대해 들으면 '아이 스스로 먹도록 하면 되는 것'에만 생각하며 참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나 역시도 처음에는 아이가 스스로 먹는 동안, 우리도 식..

삶의 중심, 가족

도하는 10개월이 되면서 블록 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열심히 쌓아 놓은 블록을 무너뜨리면서 까르르 웃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곤 한다. 특히 도하가 높이 쌓은 블록 무너뜨리기를 좋아하기에 열심히 중심을 맞추어 블록을 쌓는다. 사실 블록이 울퉁불퉁하기에 중심을 잘 잡아 쌓지 않으면 몇 개 쌓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짧은 순간이지만 중심을 잘 잡으려 노력하며 블록을 쌓는다. 우리 삶 역식도 때로는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삐그덕거리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삶의 중심을 잘 잡지 않는다면 금방 넘어지고 쓰러져 좌절하게 되곤 한다. 그러면서 35년의 짧은 나의 인생의 길은 어떠했는지 뒤돌아 보니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간의 연속..

바른 길을 걷는다는 것

어느 날, 아내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도하가 조금씩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 방금 기저귀 갈자고 이야기하니까 기저귀를 집어서 건네줬어!!" 처음에는 그저 앞에 있어서 그랬겠지 라며 웃어 넘겼는데, 아내 말을 듣고 보니 10개월에 들어서면서 고집도 생겨서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으면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눈치를 보면서 내 기분을 살피는 등 조금씩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도하를 보면서 기도제목이 생기는데, 바로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해야 할 일을 잘 감당하면서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제대로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도하를 '바르게' 자라게 할..

봄을 맞이하며

도하야! 지난 주만 하더라도 아직 겨울 같았는데, 이번 주에는 곳곳에 봄이 오는 소식이 가득하구나. 땅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에는 꽃이 피어나면서 봄이 오고 있는 것 같아. 도하와 함께 꽃구경을 하며 산책하고 있으니 작년 이맘때 즈음이 생각이 난다. 작년 3월에는 도하가 엄마 뱃속에서 빨리 나오고 싶어 해서 초조한 마음에 봄이 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 그런데 올해 이렇게 도하와 함께 봄이 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한 하루야. 하얀 꽃, 노란 꽃, 분홍 꽃 그리고 여기저기에 푸르른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더라. 찬양 가사처럼, 주님이 만드신 세계는 참 아름답다고 느껴졌어. 예쁜 꽃들을 보면서 도하와 물감놀이 하던 것이 생각났어. 물감 ..

공감과 배려

며칠 전, 아내와 진짜 실력 있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생각한 여러가지 실력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감정을 잘 배려하며 온화한 말투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어 팀을 이끌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 또한 실력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지만, 강압적인 말투와 태도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그 사람을 진정한 리더로 생각하며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단지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힌 표면적인 관계에 그치고 말 것이다. 반면 힘들고 지친 상황에 딱 필요했던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함께 손잡고 나아가게 하는 사람, 각자의 달란트를 인정하여 주고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사람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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