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마땅히 가르쳐야 할 가치 있는 것

kshroad 2021. 6. 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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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는 생후 1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산책을 할 때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수줍게 살짝 흔드는 것 같더니 몇몇 어른들이 인사를 받아주며 같이 손 흔들어 주니 이제는 사람이 지나가면 저 멀리에서부터 손을 흔들고 있다.

이렇게 함께 인사하기 좋아하는 써니를 보며 아내와 참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저녁 잠자기 전 써니를 안아주며 기도를 하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는 것이 바로 ‘받은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써니가 되기를’ 라는 기도 제목이다.

 

개인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의 첫 걸음을 ‘인사하는 것’이며, 인사하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가치'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또는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라고 정의한다. 즉,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함으로써 서로의 관계와 지금 이 순간이 쓸모 있는 귀중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어색한 자리에서도 반갑게 먼저 손 내밀어 인사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사랑을 베푸는 첫걸음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써니가 지금처럼 인사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 날, 써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초등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우리 뒤를 따라 탔다. 내가 먼저 “안녕!”이라고 인사했는데, 아이는 나를 흘깃 쳐다보더니 아무 대꾸도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 순간에도 써니는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기에, “써니야, 오빠 안녕하고 인사해 볼까?”라고 이야기를 하자, 아이는 써니를 쓰윽 한 번 보더니 아이의 시선은 다시 핸드폰으로 향했다. 아이가 내릴 때에도 써니는 다시 손을 흔들었지만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물론 낯선 사람이 말은 걸고 인사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배웠을 수도 있기에 아이의 반응이 이해는 갔지만 그 순간을 떠올리면 여전히 여러 감정이 교차하였다.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지는 않더라도 가벼운 눈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이웃 간에 인사조차 제대로 나눌 수 없을 만큼 세상이 무서워졌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잠언 22:6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Proverbs 22:6, KJV
Train up a child in the way he should go:
and when he is old, he will not depart from it.

 

나는 써니가 자라서도 지금처럼 웃으며 인사하며 받은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내가 항상 뒤따라다닐 수 없기에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처와 교육은 필요하겠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먼저 인사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가벼운 인사 한 마디로 관계를 맺어가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 기도와 함께 나 역시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하려고 노력한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아주 짧은 인사말임에도 혹시나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가치에 있어서는 부모가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해요.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2021)>, 오은영, 김영사, 경기 파주, p.138.

그래도 써니에게 마땅히 행해야 할 가치 있는 행동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도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네본다.

"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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