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서로 성장하는 것

kshroad 2021. 6.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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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400일 즈음이 되자, 써니는 이제 제법 혼자 잘 걷는다. 집 앞 공원에 산책을 가면 이제는 안겨있기보다는 직접 발을 내디뎌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싶어 한다.


물론 아직 마음이 급해 발이 꼬여 넘어질 때가 있기 때문에 혼자 걷고 있는 써니를 보는 내 마음은 항상 노심초사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써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잡아주려 애를 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혼자 걷는 법을 터득한 써니가 나의 손길을 뿌리치며 혼자 걸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 이 순간에도 써니는 자라고 있구나!"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넘어지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던 나의 손길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써니의 성장을 막고 있는 손이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신나게 놀고 잠든 써니를 보며 근래 내가 써니에게 많이 하게 되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단연 "안돼!!"라는 한 마디인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온전한 발달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하곤 하지만,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 써니의 손길을 막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아이에게 ‘다음’을 허락해 주세요.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2021)>, 오은영, 김영사, 경기 파주, p.196.

이 문장을 읽고 생각해 보니, 써니가 혼자 걸으려 내 손을 뿌리치기도 하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문턱이 있어 걷기 힘든 상황에서 꼭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써니 스스로는 일어서고 걷는 것이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고 노력하며 성장하고 있었던 반면, 나는 걱정이 앞서 써니의 도전의 기회마저 빼앗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참을 반성했다.

물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전하는 기회를 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인 갓 같다. 비록 더디더라도 스스로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하는 그 도전이 있어야만 아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있기에 말이다.

사실 지금 이렇게 써니의 도전을 응원해줘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나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조금씩 성장하며 하나하나 스스로 해 보려 노력하는 써니와 함께 나의 마음 역시도 자라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 동안 부모와 아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서로의 삶 속에 들어온 것들 덕분에 다른 차원에서 서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번째 선생님입니다(2020)>, 라히마 볼드윈 댄시, 강도은 옮김, 정인출판사, 서울, p.38.


지금 이 순간 역시도 부모와 아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있음을 기억하길 원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 스스로 도전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그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줌으로써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괜한 나의 걱정 때문에 써니의 성장을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안돼!!"라는 말보다는, "같이 해 보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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