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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세계관 82

'키친타월' 같은 사람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자취생활을 하면서 요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스스로 요리 과정을 즐기기도 하고,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아내가, 그리고 써니가 맛있게 먹어 줄 때면 행복함을 느낀다. 요리를 하게 되면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키친타월'이다. 키친타월은 다방면으로 쓸모가 많다. 키친타월은 흡수력이 좋아 요리 중간중간에 주변에 흘린 물을 닦을 때에도, 그리고 기름이 섞인 음식을 할 때 식재료의 물기는 물론 기름기를 제거하는 데에도 아주 탁월하다. 또한 일반 티슈와는 다르게 물을 흡수하였을 때에도 찢기지 않고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사용 후 처리하기에도 아주 수월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써니 장난감으로도 사용하기에 아주 좋다. 얼마 전, 일이 일찍 끝나 집에 와서 ..

삶의 재조명 2022.06.15

내 안의 작은 여우

2022년을 시작하면서 한 다짐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성격 통독’이다. 매 신년이 되면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총 두 번 통독해야겠다고 다짐하고서는 결국은 조금씩 밀려서 두 번을 다 통독하지 못하고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래서 올해는 욕심을 버리고 한 번만 통독하더라도 조금 깊이 묵상을 해보리라 다짐하였다. 그래서 한 구절 한 구절 읽으며 단순히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깊이 생각해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아가서를 읽던 중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한 구절이 있다. 바로 아가서 2장 15절이다. 아가서 2:15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 Song of Songs 2:15, KJV..

삶의 재조명 2022.04.05

拔苗助長(발묘조장)

며칠 전, 써니가 함께 책을 읽고 싶다며 내 손을 잡더니 책장으로 이끌었다. 동화책 몇 권을 읽더니, 써니가 책장에서 '달력' 하나를 찾아냈다. 바로 2018년에 아내가 우리 사진을 넣어 만든 달력이다. 아내와 만나기 시작하며 찍은 사진, 결혼식 사진, 신혼여행 사진,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한 많은 추억들이 담겨 있어서 써니와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달력을 보다 보니 벌써 육아휴직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써니와 참 많은 것을 함께할 수 있었다. 봄에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돋아나는 새싹도 보았고, 여름에는 신나게 물놀이도 했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도 구경했고, 겨울에는 펑펑 내리는 함박눈도 함께 맞았다.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이유식은 잘 ..

엄마, 그리고 여자

내 핸드폰에는 ‘엄마’가 아닌 엄마 이름으로 저장이 되어 있다. 내가 아는 한, 엄마는 결혼하면서부터는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왔기에, 그저 나의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하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내가 엄마도 여자인 것을, 아니 한 인격체로서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고등학생이 되어서 이다. 17여 년을 그저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오던 사람이 어느 순간 목표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나에게 아주 크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어느 날 저녁, 엄마가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에게 아주 들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선호야, 엄마가 목표가 하나 생겼어. 엄마, 운전면허 딸 거야!” 군산이라는 소도시에서도 시골에서..

삶의 재조명 2022.01.19

Husband-and-wife Play

2022년, 결혼을 한 지 햇수로 5년이 되어간다. 정말 5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내도, 나에게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 변화 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것은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것이다. 표정만 봐도 왜 웃음이 터졌는지, 왜 기분이 상했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삐걱거리는 것들이 있기도 하다. 배구 용어 'Husband-and-wife Play'처럼 당연히 내가 이만큼이나 수고했는데 이 정도는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무언가가 잘못되거나 지체되는 순간 아내를 향한 원망과 서운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서운한..

삶의 재조명 2022.01.18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어느덧 30대의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면 여전히 철부지 어린아이 같을 때가 많다. 특히 어떤 일을 진행함에 있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계획에 차질이 생길 때면 나도 모르게 '욱'하고 짜증을 내게 된다. 머리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에서는 짜증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짜증을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더 짜증이 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꽁 해지는 나 스스로를 보면서 참 옹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몇 시간, 아니 몇 분만 지나고 돌이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왜 그렇게 혼자 열을 냈던 것인가 하고 머쓱하기도 하다. 그런데 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그 이후에 나타난다. 그 옹졸했던 모..

삶의 재조명 2021.08.25

마땅히 가르쳐야 할 가치 있는 것

써니는 생후 1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산책을 할 때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수줍게 살짝 흔드는 것 같더니 몇몇 어른들이 인사를 받아주며 같이 손 흔들어 주니 이제는 사람이 지나가면 저 멀리에서부터 손을 흔들고 있다. 이렇게 함께 인사하기 좋아하는 써니를 보며 아내와 참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저녁 잠자기 전 써니를 안아주며 기도를 하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는 것이 바로 ‘받은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써니가 되기를’ 라는 기도 제목이다. 개인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의 첫 걸음을 ‘인사하는 것’이며, 인사하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가치'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또는 대상이 인..

서로 성장하는 것

생후 400일 즈음이 되자, 써니는 이제 제법 혼자 잘 걷는다. 집 앞 공원에 산책을 가면 이제는 안겨있기보다는 직접 발을 내디뎌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싶어 한다. 물론 아직 마음이 급해 발이 꼬여 넘어질 때가 있기 때문에 혼자 걷고 있는 써니를 보는 내 마음은 항상 노심초사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써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잡아주려 애를 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혼자 걷는 법을 터득한 써니가 나의 손길을 뿌리치며 혼자 걸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 이 순간에도 써니는 자라고 있구나!"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넘어지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던 나의 손길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써니의 성장을 막고 있는 손이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신나게 놀고 잠든 써니를 보며 근래..

한 걸음 한 걸음

써니는 12개월에 접어들자 주위에 있는 사물을 잡고 일어서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떼기 시작하더니, 요즘에는 툭하면 잡아주는 내 손을 뿌리치고 혼자 걷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균형을 잡을 수 없어 곧잘 넘어지곤 한다. 그렇게 몇 번 혼자 걷기를 시도하다가 마음처럼 되질 않으니 온갖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내 손을 뿌리치지만 않으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걸 모르는 아이이기에 여전히 도와주는 손을 뿌리치며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한참을 도전하다가 결국 울음이 터진 써니를 안아 달래다가 하나님 보시기엔 우리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알맞은 때와 방법으로 붙드는데 우리는 여전히 내..

'나눔'의 또다른 의미

아내는 오래전부터 '컴패션' 단체를 통해 두 명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물론 생면부지의 아이를 매달 후원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지만, 아내는 그렇게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나에게는 커피 몇 잔 마시지 않으면 모을 수 있는 몇 만원이지만, 그 아이에게는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냐며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아내였다. 한자로 '나누어 주다'라는 뜻의 '給'가 있다. 糸(가는 실 사)자와 合(합할 합)자가 결합한 모습으로, 給자는 긴 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다른 실을 이어주어야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삶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재조명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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