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함께 즐거워 하기

kshroad 2021. 3. 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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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가 태어나고 아내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던 적이 많이 있다. 그렇게 잠이 많던 아내가 늦은 밤에 도하가 조금만 뒤척이면 깨어 달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장바구니 드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아내가 9kg가 넘는 도하를 한 손으로 번쩍 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아내를 보며 가장 감탄했던 것은 도하 이유식을 먹일 때다. 아내는 일찌감치 도하에게 '아이주도이유식'을 하고 싶어했다.

'아이주도이유식'이란 말 그대로, 아이가 부모가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음식을 탐색하고 집어먹는 주도적인 자세로 식사에 임하는 것이다. 처음에만 이 '아이주도이유식'에 대해 들으면 '아이 스스로 먹도록 하면 되는 것'에만 생각하며 참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나 역시도 처음에는 아이가 스스로 먹는 동안, 우리도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내의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그러나 식사를 하는 도중, 나는 단 한 숟가락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릇 안에 있는 음식물을 보고 도하는 신이 나서 양 손으로 주물럭 거리는 것은 물론이며, 음식물이 묻은 양 손으로 아기 식탁 전체와 온 몸을 더듬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웃질 못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마치 고문 같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금방이라도 도하 양 손을 닦아주고 깨끗하게 떠먹여 주고 싶었다.

밥 한 번 먹자고 이후 청소하는 것이 더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그만하자고 이야기하려고 아내를 보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내는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아이와 함께 이 시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를 지키고, 보호하고, 이해하고, 기쁨을 나누고,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과정을 함께 즐거워하는 일입니다.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번째 선생님입니다(2020)>, 라히마 볼드윈 댄시, 강도은 옮김, 정인출판사, 서울, p.63.

도하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장난감이기에, 이유식을 먹는 순간에도 음식물을 양 손으로 만지면서 촉감을 느끼고 있었고, 아내 역시도 도하와 함께하며 그 시간을 만끽하며 아주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나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나의 편의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때때로 우리는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 주고 싶다는 명목 하에  아이 스스로 참여하는 것을 저지하여 즐거움을 막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 우리는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깨끗하게 먹는 것이 참 효율적인 일이라고 판단될지 모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과 즐거움을 박탈당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 많은 청소년들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어떻게 할지 몰라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이전까지는 짜여진 시간표에 주어진 일과들에만 충실하면 되었는데, 갑자기 시간표를 짜는 것부터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하니 당황스럽게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도해 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우리의 자세가 잘못된 것이다.  

도하가 태어나며 아내와 함께 도하에게 가장 좋은 것과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도하에게 많은 교구를 준비하고 좋은 것을 입히고 먹여주려고 노력하였는데,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매 순간을 즐기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 진짜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임을 말이다. 

앞으로 도하가 자라가며 경험하는 새로운 일들에 도전할 때, 힘들어 하거나 고전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또 떠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떠먹여주는 것만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님을 기억하며, 도하 스스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깨달을 수 있도록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아빠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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