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는 10개월이 되면서 블록 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열심히 쌓아 놓은 블록을 무너뜨리면서 까르르 웃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곤 한다. 특히 도하가 높이 쌓은 블록 무너뜨리기를 좋아하기에 열심히 중심을 맞추어 블록을 쌓는다.
사실 블록이 울퉁불퉁하기에 중심을 잘 잡아 쌓지 않으면 몇 개 쌓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짧은 순간이지만 중심을 잘 잡으려 노력하며 블록을 쌓는다.
우리 삶 역식도 때로는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삐그덕거리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삶의 중심을 잘 잡지 않는다면 금방 넘어지고 쓰러져 좌절하게 되곤 한다.
그러면서 35년의 짧은 나의 인생의 길은 어떠했는지 뒤돌아 보니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새삼 놀랍기만 하다. 그러면서 나의 인생에서 쓰러지지 않게 중심을 잡게 해 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가족'이었다.
인간의 삶은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가족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의 출발점입니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2012)>, 이어령·이재철, 홍성사, 서울, p23.
사람이 태어나 처음 만나게 되는 인간관계는 '가족'이다. 가족은 이 세상에 필요한 생활습관과 예절, 윤리 도덕 그리고 문화적인 요소들을 배우게 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필수적인 교육의 장이자 삶의 터전이다. 가족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무엇을 배웠느냐에 따라 우리의 전반적인 삶의 가치관이 형성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영향력은 아주 강력하다.
나는 아빠에게서 '인내'를, 엄마에게서 '사랑'을, 누나에게서 '배려'를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내가 힘들고 지칠 때면 항상 내 손을 잡아주며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었다. 그래서 어느 상황에서든지 노력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아내를 만나 '온유함'을 배울 수 있었다. 성격 급하고 변덕스러운 나와 달리 언제나 온유함으로 침착하게 대처하는 아내에게서 여유를 느끼곤 한다. 그리고 내가 정말 무엇을 하든지 응원해 주며 지지해 주고 있음을 항상 느끼게 해 주는 아내에게 고맙다.
이렇게 나는 '가족'이라는 인간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도하에게 나는 어떤 아빠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 그리고 어떤 가족 문화를 물려주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가정이란 단지 먹고 자고 애 낳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께 제사 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교회당 같은 것이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2012)>, 이어령·이재철, 홍성사, 서울, p22.
이어령 교수와 이재철 목사님의 대담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먹고 자는 일상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곳이라는 아니라, 영적인 풍족함이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표현이었다. 아이가 자라 가며 진짜 필요한 것은 물질의 풍족함이 아니라, 친밀감과 사랑 그리고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는 영적인 교류이다.
그러기에 도하가 자라면서 이러한 영적인 풍족함을 느끼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아내와 함께 일상의 대화 속에서 하나님의 이끄심을 기억하며, 언제나 필요할 때 채워주시는 은혜와 감사를 도하에게 가르쳐 주는 '가족'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습관, 받은 사랑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넉넉한 마음,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와 명철을 위해 기도하는 가족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눈물로 밤낮을 지새운 가족들에게 받은 사랑과 헌신을 배로 갚아 주려 노력하려 한다. 앞으로도 서로가 힘들고 지쳐 있을 때, 영적인 풍족함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워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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