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완벽한 부모로서의 노력

kshroad 2021. 3. 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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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는 생후 7개월이 되자 붙잡고 일어서더니, 8개월 차에 접어들자 혼자 서 있으려고 했다. 하루는 아내가 도하와 외출한 후, 손을 씻으려고 잠시 매트 위에 아이를 내려놓았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찰나에 도하는 혼자 서 있으려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장난감에 잇몸을 다쳤다.

세상이 떠나갈 듯한 울음과 입고 있던 흰 옷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피가 많이 났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아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아내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나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는 나를 보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도하가 다치지 않을 텐데 라며 자책하기 시작하였다. 아내의 잘못이 아님을 상기시켜주며 토닥여주었지만, 아내의 자책과 눈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 진다. 각기 다른 영역의 발달을 돕는 교구, 예쁜 옷과 액세서리, 그리고 영양가 있는 음식 등등 참 해 주고 싶은 것은 많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을 다 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하였지만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낙심하고 좌절할 때가 있다.

아이의 몸무게와 키가 표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또래보다 조금 발달이 늦어 보이거나 하면 마치 문제의 원인이 나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만 같은 자책감에 빠지곤 한다. 혹여나 아이가 다치기라도 그 자책감은 배로 커진다. 그럴 때면 아이를 위해 하고 있는 나의 노력이 오히려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낙심하면서 나는 부모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며 좌절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내가 더 풍족하게 해 줬다라면..."

완벽한 부모 노릇이라는 이상을 포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이에게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2020)>, 라히마 볼드윈 댄시, 강도은 옮김, 정인출판사, 서울, p.3.

우리는 모두 실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실수를 통해 하나씩 배워가며 성장해간다. 그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모든 일을 다 해낼 수는 없다. 더군다나 하루하루가 아이와 함께 처음 겪는 당혹의 연속이기 때문에, 부모로서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더 잘해 주고 싶은 마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더 풍족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완벽하게 부모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 경직되어 있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자와 함께 그 부족함을 채워가려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벽함'에 속아 자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만은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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