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재조명

처음처럼

kshroad 2021. 4. 1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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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것은 '이왕 시작한 것, 나도 즐겁게' 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써니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도 구상해 보고, 교구도 만들어 보고, 책도 읽어가며 참 고군분투했던 3월이었다. 

그렇게 바쁜 3월이 지나 어느 정도 이 생활에 적응하고 나니, 몸이 먼저 나태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전에는 써니가 잠들면 거실을 정리하고 육아서적을 보거나 글을 쓰곤 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써니와 함께 누워있곤 했다. 그러자 어떤 놀이를 해 볼까 고민하는 것도, 육아서적을 읽는 것도, 성경 읽는 것도, 글 쓰는 것조차도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나태해지자, 써니가 깨어있는 시간에도 나의 눈과 손은 써니가 아니라 휴대폰에 가있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처음에는 써니의 눈짓, 몸짓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함께 하고자 다짐했었는데, 혼자 놀고 있는 써니에게 미안함을 몰려왔다.  

아이는 부모의 첫 마음보다 마지막 행동을 기억한다는 것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2021)>, 오은영, 김영사, 경기 파주, p.128.

지난 시간의 무언가를 떠올릴 때, 처음 그 설렘도 기억에 남지만 그보다도 마지막 장면이 더 짙은 추억으로 떠올려지곤 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바라본 하늘,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 졸업식에서 친구들과 나눈 인사, 하루 종일 수고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마주친 노을 등등.

처음 시작하는 것도 참 중요하지만, 처음 다짐했던 그 마음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처음 마음 그대로 유지하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짜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써니와 함께한 육아휴직을 떠올릴 때, 내 모습이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3월의 다짐을 기억하며, 오늘부터 핸드폰을 내려놓고 써니와 함께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의 순간순간을 즐겁게 지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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