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재조명

부모된 마음

kshroad 2021. 5. 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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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나에게 5월 15일 스승의 날을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기분이 참 묘한 날이었다. 고맙게도 몇몇 친구들에게서 온 문자와 전화가 큰 힘이 되었다.

 

그러면서 연락이 온 제자들에게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그땐 참 선생님이 참 깐깐하다고(순화한 표현이다🤣)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해요, 선생님!.”

 

나는 스스로가 엄격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학생들 눈에는 참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지금도 연락이 오는 것 보면 그 융통성 없음이 잘못된 방향이 아니었나 보다. 그러면서 나는 교사로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교사가 되어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다. 담임으로 있는 그 1년만큼은 내가 그 아이들을 ‘부모 된 마음’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내가 자라오면서 받았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축복을 함께 나누며 1년을 보내고자 다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8년 동안 나름 잘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써니가 태어나 진짜 부모가 되어보고 나니, ‘부모 된 마음’이 얼마나 무겁고 버거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언제든지, 어디에서든지, 어느 순간에서도 전적으로 그 아이를 믿어주고 조건 없는 사랑과 희생을 감당하는 삶, 그런 부모 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초임 시절, 어떻게든 능숙해 보이려고 주위 선배 교사들의 모습을 따라 큰소리로 거친 말들을 내뱉었었다. 그러면 학생들이 나를 가볍게 보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더욱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닌 것을 억지로 나에게 끼워 맞추려 하니, 퇴근하고 나면 나는 녹초가 되었다.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니, 그 큰 소리에는 나의 감정이 담겨 있어 훈육이 아닌 단지 나의 화풀이가 되어버림을 깨닫게 되었다. 그제야 겁에 질리고 소통하기를 단념한 듯한 표정의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닫게 되었다. “아, 이건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니구나.”

 

그러면서 나 스스로가 되찾아야 할 모습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 보자, ‘부모 된 마음’이 떠올랐다. 자라오며 수없이 많은 잘못과 실수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그럽게 받아주신 부모님이신데, 나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너그럽게 마음을 열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부모를 생각할 때 ‘너그럽다’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면 정말 좋겠습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2021)>, 오은영, 김영사, 경기 파주, p.141.

 

내가 앞으로 얼마나 교직 생활을 하게 될지는, 그리고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육아휴직을 하면서, 그리고 써니를 키우게 되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진짜 부모 된 마음’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그 학생에게서 부족한 부분이 보일지라도 올바른 길로 걸어가도록 손잡고 걸어가고 싶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한 번, 두 번,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너그럽게 다시 도전하고 시작해 볼 수 있도록 응원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왜냐하면, 내가 한 생명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는 모든 것은 나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골로새서 1:28~29
28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
29 이를 위하여 나도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하여 수고하노라

Colossians 1:28-29, KJV
28 Whom we preach, warning every man, and teaching every man in all wisdom; that we may present every man perfect in Christ Jesus:
29 Whereunto I also labour, striving according to his working, which worketh in me mightily.

내가 교사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부름을 받은 것은 그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가 되도록 함임을 기억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 생명을 대함에 있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힘을 다해 수고해 보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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