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는 병원에서부터 조리원까지, 그리고 집에 와서도 한동안은 모유와 분유를 모두 잘 먹었었다. 그러기에 내가 출근해 있는 동안은 아내가 모유를, 퇴근 후 아내가 쉬는 동안은 내가 분유를 먹였다.
그런데 써니가 50일이 가까워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젖병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낮에도 밤에도 젖병을 주면 자지러지게 울며 모유만을 찾았다. 젖병이 불편한 이유 때문일까 여러 젖병으로 먹여보기도 했고, 분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 그러는 것 같아 한 단계 높은 젖병을 사서 먹여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유만을 찾았다. 그리고 써니는 잘 먹고 잘 자는 편이긴 했지만, 낮에는 꼭 안고 있어야 잠을 잤다. 내려놓기만 하면 울기 시작하여 안아야만 울음을 그쳤다. 아내와 나의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우리의 마음만 타들어갔다.
왜냐하면 지금 이맘때에는 분유도 먹고 혼자서 잤으면 하는 내 뜻대로, 내 계획이 있는데, 아이가 그대로 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사실 써니가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써니의 환경과 필요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뜻과 계획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사사기 21:25
그때에 이스라엘이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이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도 써니를 대하는 나처럼 막무가내로 자기의 마음대로 하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들의 행동과 말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적인지, 그리고 불편을 끼치는지 생각하지 않고 ‘내’가 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마음대로 행한다. 그 사람들은 내가 가진 권리만을 외치며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에는 관심이 없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으시고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했으나 뱀의 말을 듣고 마음대로 행했던 아담과 하와에서부터 우리의 죄가 시작했듯, ‘죄’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세상에는 분명하게 절대적인 기준과 따라야 할 법칙이 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만드신 창조질서에 따른 절대적 기준과 법칙을 말이다.
우리가 그것들을 저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행하면서 온갖 죄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주관하고 계심을 믿지 못하고, 내가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조차도 ‘죄’이다. 그 일들을 내가 해결하려고 했던 교만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불안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내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짜 놓은 판에 하나님을 끼워 맞추려고 한다. 그 퍼즐 조각이 맞지 않으면, 하나님께 모든 탓을 돌리며 하나님의 주관하심을 부정하려 한다. 하나님께서는 내 기도를 듣지 않으시고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은 하나님께서 개입하실 여지조차 드리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부터 하나님께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묻지도 않았던 적이 대부분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태도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하나님을 진정하게 믿고 있는 사람이라면 신앙은 내 지식, 경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엎드려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에게 있어 하나님께 구한다는 것은 불필요할 정도로 하나님께 묻고 또 묻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물음으로써 하나님께서 항상 내 삶의 주인이심을 적극적으로 시인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열왕기하 6장에서 극적인 순간에 엘리사를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표현했듯, 우리는 엘리사처럼 내 뜻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께서 일하시도록 믿고 맡겨드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뭇가지를 물에 던져 쇠도끼가 물에 떠오르는 하나님의 기적과 일하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일이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답답할 때에는 더욱 주님께서 내 삶에 개입하시어 이끌어가시도록 기도하기를 소망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붙들고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내 뜻과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뜻과 방법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질문
: 열심을 내어 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그 일이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심을 인정하고 기도로 맡겨드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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