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가 태어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아내와 나의 휴식 공간이었던 거실은 써니의 장난감과 물품들로 가득하게 되었고, 아내의 간식거리로 가득했던 선반에는 써니의 분유통과 이유식 도구들로 채워졌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는 '마음가짐'이었다. 아내와 결혼하면서도 '남편'으로서의 무게를 느꼈지만, '아빠'로서 느껴지는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써니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문제, 경제적인 걱정이 제일 먼저 들었다.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아내와 써니에게 필요한 것들을 마음껏 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평일에서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토요일에 종로에 있는 중국어학원에서 강의하기로 결정했다.
아내에게 투잡을 하겠다고 말하자, 꼭 해야겠냐며 재차 묻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돈보다는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함께하는 시간'을 강조하는 아내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책임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경제적인 '안정'으로 아내를 돕고 싶다는 생각에 투잡을 강행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갔다. 많지는 않았지만, 월급 외에도 수입이 생겨 여유가 생겨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의 선택이 옳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아내가 진짜 필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그저 함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삶 전체를 통틀어 배우자와 더불어 지내는 시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팀 켈러(2018),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두란노, 서울, p.213》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바로 나에게 있어 우선순위는 물질이 아니라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하루하루 자라나는 써니를 함께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있음에도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 욕심 때문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잃기도 한다.
에베소서 4:2~3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우리 모두가 오늘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물질보다도 함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사라질 물질에 속아 소중한 사람들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하나님께서 매일 허락하시는 사랑과 은혜를 누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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