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재조명

Husband-and-wife Play

kshroad 2022. 1. 1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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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결혼을 한 지 햇수로 5년이 되어간다. 정말 5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내도, 나에게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 변화 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것은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것이다. 표정만 봐도 왜 웃음이 터졌는지, 왜 기분이 상했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삐걱거리는 것들이 있기도 하다. 배구 용어 'Husband-and-wife Play'처럼 당연히 내가 이만큼이나 수고했는데 이 정도는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무언가가 잘못되거나 지체되는 순간 아내를 향한 원망과 서운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서운한 티를 내게 된다. 아내 역시도 내가 지금 불편한 기분을 느끼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내 눈치를 보며 상황 파악을 시작한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단 한 가지이다. 내가 왜 서운함을 느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상황을 풀어가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나 스스로가 그런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인정하기 싫어 애써 그 감정을 부인하려 한다. 왠지 이렇게 소소한 것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이 속 좁아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더 솔직하게는 지금 이 상황이 아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아내가 당연하게 이 정도는 맡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툴툴거리고 있는 못난 나의 모습에 더욱 기분은 상해 가는 것이다.

얼마 전, 우연찮게 이와 비슷한 상황을 표현하는 배구 용어를 알게 되었다. 바로 배구 경기의 한 현상을 표현하는 'Husband-and-wife Play(부부 플레이)'라는 것이다. 바로 두 선수 사이에 공이 떨어져 실점하였을 때 사용한다. 즉, 서로 공을 잡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도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선수들이 지나치게 상호의존적일 때나 소통이 부족할 때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결국은 한 팀으로서 경기에 임하지만 서로에게 미루기만 하다가 실점하게 되는 것이다.

순간, 내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뜨끔하였다. 아내가 해주겠거니 하였던 일도 사실은 아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었다. 나에게도 그 일을 감당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음에도 내가 그 일을 아내에게 떠밀고 있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얼굴이 순간 화끈거렸다. 사실은 나의 이 옹졸한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면대면으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 같아 편지 형식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자 교환일기를 쓰자고 제안하였다. 물론 그마저도 솔직해지지 못하고 지속되지 못했다.

창세기 2:18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Genesis 2:18, KJV
And the LORD God said, It is not good that the man should be alone; I will make him an help meet for him.

'돕는 배필'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원어는 'עזר(에제르)'이다. 이 '에제르'는 'essential'의 어근이 되었다고 한다. 즉 부부는 서로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극히 중요한, 본질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부부는 단순히 서로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도움을 주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서로의 삶의 필수적인 존재로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그동안의 5년을 다시 회상하니, 아내를 '돕는 배필'로서 아끼고 사랑하고 배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였다. 상대방의 소리와 행동에 민감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나의 몫을 상대방에게 떠밀어 버리는 'Husband-and-wife Play'가 아니라, 진짜 돕는 배필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감사함으로 감당하여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Husband-and-wife Play'를 펼쳐 갈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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