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임을 깨달았다는 글을 쓴 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 이 글에 대한 남녀의 반응이 확연하게 달랐는데, 새삼스럽게 삶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선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여자들은 이 글을 본 후 남자들은 왜 그렇게 다들 똑같냐는 말과 함께 진짜 원했던 것은 함께 있는 그 시간이었음을 강조했다. 반면 남자들은 머리로는 알겠지만, 현실로 부딪쳐 오는 무게감은 여전히 무겁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하고자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카드 명세서와 통장 잔고를 볼 때면 여전히 경제적인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
출세라는 것이 실은 가정을 위해 하려는 것인데, 가정이 생산의 장소에서 소비의 장소가 되고 부양이 남자의 의무처럼 되니까
결국 필요 이상의 부와 사치를 위해 피눈물 흘려 가며 노동하는 산업주의적 인간상이 태어난 것입니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2012)>, 이어령·이재철, 홍성사, 서울, pp.31~32.
가장으로서 가정의 경제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서의 부를 추구하면서 노동하는 우리의 모습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진짜로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이 아니라, 어느 순간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하나의 헛된 자존심의 문제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우리가 물질이 필요한 것은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허영의 늪에 빠지는 순간, 물질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우선시되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점점 등한시하게 된다. 스스로 가족을 위한 일이라 합리화를 하지만, 점점 자연스럽게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만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보다 필요 이상의 물질과 자존심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에 행복이라오
눈물 날 일 많지만 기도할 수 있는 것 억울한 일 많으나 주를 위해 참는 것
비록 짧은 작은 삶 주 뜻대로 사는 것 이것이 나의 삶에 행복이라오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세상은 알 수 없는 하나님 선물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행복이라오
들판의 작은 꽃이 화려하지 않지만 꽃과 나비에게는 아늑한 안식처가 되는 것처럼 내가 가진 작은 힘과 물질로 함께 나누는 삶을 살며 주어진 행복을 느끼기를 소망한다.
슬프고 억울한 일로 인하여 화가 나지만, 잠시 인내함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더 나아가 세상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에 감사하며 나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은 하나님께서 세운 가정을 지켜가는 것임을 기억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물질의 유혹에 흔들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이 일이 정말 가정의 평안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나의 능력과 자존심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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