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 되면 새 학기를 앞두고서 설렘이 가득하다. 출산과 육아 후, 1년 만에 다시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는 아내도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듯 하다.
그러면서 아내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길래 옆에 가보니, 새롭게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시킬 자기소개 항목들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생각과 꿈을 갖고 살아가는지 등등의 상세한 항목들을 보며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한다면 이름과 직업이 아닌, 나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소개하려니 어떤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과 꿈을 갖고 살고 있는지 등을 표현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바울이 스스로를 표현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로마서 1:1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
바울은 스스로를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표현한다. '종'은 주인에게 속한 사람으로서 주인에게 절대복종을 해야 하는 존재이다. 바울은 자신 스스로를 주님께 속한 자로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어 자신의 삶에서 주님만이 나타나기를 고백한다. 이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자신이 해야 하는 일, '사명 使命'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자신을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자로서 하나님의 복음 전하는 일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다고 고백한다.
'택정함'을 입었다는 것은 선택받았다는 것으로, 다른 무언가와는 구별되었다는 것이다. 즉, 바울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 여느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의 맡겨진 영역에서 사명감을 갖고 헌신된 삶을 살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바울을 보며 나는 어떤 일에 부르심을 받고 택정함을 입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올해 3월부터 나는 육아휴직에 들어간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도하에게 관심을 두고 살아가려 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것이 바로 나의 '사명'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이 사명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맡겨주신 이 어린 영혼을 잘 품어주어 성장하게 하는 것에 헌신하는 삶을 위해 나는 부르심을 입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 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깨달아지고 나니, '육아'라는 영역으로 불러주시고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게 하신 것에 저절로 감사가 흘러나왔다. 올해 도하를 나의 소유로 여겨 내 욕심과 계획대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어 도하와 함께하는 순간순간에 주님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또한 도하를 잘 보살피고 아내를 돕는 것이 나의 사명임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 올해를 지내보려 한다.
오늘의 질문
: 나에게 맡겨주신 영역에서의 사명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위해 부르심을 받고 택정함을 입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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