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재조명/육아 일기

선물이 찾아왔을 때

kshroad 2021. 1. 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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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혼 예배를 드린 후,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서로 30년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살아왔으니, 함께 적응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다. 즉, 1년 동안은 신혼생활을 즐기며 하나님께서 주실 선물을 잠시 미뤄놓기로 한 것이다.

연애 때와는 다르게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정말 작은 생활습관에서부터 시작되는 삐걱거림이 나중에는 서로의 엔진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위의 선배들에게 많이 전해 들은 탓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시간을 통하여 우리는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1년의 시간 동안 삐걱거림을 멈추기 위한 기름칠로 QT와 대화를 열심히 하였다.

그와 동시에 아내의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임신과 출산을 하기 시작하자 아내는 조금씩 조바심이 나는 것 같았다. 대화를 통하여 우리는 이제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열심히 운동도 하고 엽산도 챙겨 먹으며 기도로 준비했다. 하지만 선물은 생각만큼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의 자궁에 있는 혹들 때문에 어려움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있었지만, 하루하루 기도하며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선물을 기다리며 기도하던 여름, 친정 가족들과 함께 부여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아침잠이 많은 나를 서둘러 깨우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몽사몽 겨우 눈을 뜨자 내 눈 앞에 있던 것은 두 줄의 임테기.

 


매일을 기도로 준비하였던 우리였지만, 실제로 우리 두 눈 앞에 펼쳐진 과분한 선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 어떠한 기분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멍했다. 내가 아빠가 되다니! 우리가 부모가 되다니!

가장 먼저 들었던 고민은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였다. 둘 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많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고 대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만 해보았지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를 닮은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아직 얼굴도, 성별도 모르지만 이러한 큰 선물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브라함에게 이삭이라는 선물이 도착했을 때의 기쁨은 어떠하였을까? 우리는 겨우 몇 개월 동안 선물 배송시간이 늦춰짐에도 이렇게 초조했었는데, 100세가 되기까지 어떠한 마음으로 기다렸을지 도저히 가늠이 가질 않았다. 그와 동시에 느꼈을 기쁨 역시도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러한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을 때, 아브라함은 어떠한 기분이었을까? 나라면 이삭을 데리고 도망가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새벽 일찍 일어나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다. 이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의 것임을 삶으로 증거한 것이다.

청년 시절, 친구의 반려견을 잠시 돌보아 준 적이 있다. 강아지가 아무 곳에나 볼일을 보아도, 내가 키우던 강아지처럼 막 혼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내 강아지가 아니기에 함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녀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청지기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맡겨주신 귀한 선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자녀가 내 소유가 아닌데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것을 말이다.

써니가 태어날려면 약 50일 정도가 남았다. 한껏 불러온 아내의 배를 보면서도 아직까지도 내가 아빠가 되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한다. 써니가 하나님의 귀한 자녀임을 기억하고, 나는 하나님께 양육을 의뢰받은 대리자 역할에 최선을 다 할 수 있기를 말이다.

때로는 써니로 인하여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슬프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글을 읽으며 써니를 위해 한 번 더 기도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2020年 03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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