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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8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주기

써니가 두 돌이 지나면서 가장 재미있어하는 놀이 중 하나는 '퍼즐'이다. 처음에는 바나나 모양의 3조각 퍼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돌리다가 제법 빠르게 모양을 맞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4조각, 5조각 퍼즐도 하고 싶어 했다. 한참을 퍼즐 조각을 맞추려고 노력하더니 3조각 퍼즐만큼 쉽지 않았는지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써니 혼자 고전하는 모습을 보던 아내는 써니에게 말했다. "어려워도 우리 같이 해 볼까?" 그 모습을 보다가 순간 뜨끔했다. 그동안 써니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면, 나는 조용히 퍼즐 조각 제자리를 가리키며 힌트를 주며 얼른 퍼즐을 완성하도록 도왔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퍼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나이이기도 하고 혼자 그렇게 고전하기보다는..

아빠, 실수해서 미안해...

어느덧 써니는 26개월에 접어들면서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언니 오빠들, 그리고 친구들이 화장실 이용하는 것을 보자 조금씩 관심을 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른 감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아 너무 섣불리 시작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이렇게 스스로 관심을 보일 때 시작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가정에서도 배변 훈련에 동참해줄 것을 권유하셨다. 그래서 예전에 아내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유아변기와 함께 예쁜 속옷을 주문하고 써니와 함께,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배변훈련을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아내와 함께 여러 육아서 및 육아 영상을 찾아보며 어떻게 배변훈련을 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적용해보려 노력하였다. 여러 조언과 방법들의 공통된 의견으로는 바로 아이의 ..

마땅히 가르쳐야 할 가치 있는 것

써니는 생후 1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산책을 할 때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수줍게 살짝 흔드는 것 같더니 몇몇 어른들이 인사를 받아주며 같이 손 흔들어 주니 이제는 사람이 지나가면 저 멀리에서부터 손을 흔들고 있다. 이렇게 함께 인사하기 좋아하는 써니를 보며 아내와 참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저녁 잠자기 전 써니를 안아주며 기도를 하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는 것이 바로 ‘받은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써니가 되기를’ 라는 기도 제목이다. 개인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의 첫 걸음을 ‘인사하는 것’이며, 인사하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가치'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또는 대상이 인..

서로 성장하는 것

생후 400일 즈음이 되자, 써니는 이제 제법 혼자 잘 걷는다. 집 앞 공원에 산책을 가면 이제는 안겨있기보다는 직접 발을 내디뎌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싶어 한다. 물론 아직 마음이 급해 발이 꼬여 넘어질 때가 있기 때문에 혼자 걷고 있는 써니를 보는 내 마음은 항상 노심초사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써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잡아주려 애를 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혼자 걷는 법을 터득한 써니가 나의 손길을 뿌리치며 혼자 걸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 이 순간에도 써니는 자라고 있구나!"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넘어지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던 나의 손길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써니의 성장을 막고 있는 손이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신나게 놀고 잠든 써니를 보며 근래..

내가 감당해야 할 숙제

육아휴직을 하며 써니와 함께하는 하루는 정말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변화무쌍하다. 눈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점심 먹일 준비를 해야 하고, 점심 먹이고 치우고 정신 차려보면 저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물론 매 끼니를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오물오물 먹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나서 다음에는 어떤 것을 해줄까 신이 난다. 그런데 하루는 밖에서 아주 잘 놀고 온 저녁부터 몸이 뜨끈뜨끈해지는 것 같더니 열이 39도를 훌쩍 넘겨 버렸다. 서둘러 해열제를 먹이고 미온수를 적신 손수건을 열심히 몸을 닦아 주었지만 열은 쉽사리 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내와 나는 날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문제는 고열이 나기 시작하자 먹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그렇게 잘 먹던 우..

삶의 재조명 2021.05.23

과정의 미학

써니가 태어나기 전,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 써니가 곧 태어나는데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써니가 태어나면 잘할 수 있겠지? 👩 나는 10달을 내 뱃속에 품고 있었지만, 자기는 그런 과정이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냥 지금처럼만 함께 있어주면 돼. 임신테스트기에 빨간 두 줄을 보았을 때에는 진짜 생명이 태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지내다가 보니 곧 출산을 앞두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10달 동안 초음파로, 태동으로 생명을 느꼈는데 막상 곧 출산을 앞두고 나니 진짜 내가 아빠가 되는 것인가 하는 막연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멍해 있는 나에게 잘할 수 있다고 아내는 응원해 주었고, 써니를 안아보면 실감 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

완벽한 부모로서의 노력

도하는 생후 7개월이 되자 붙잡고 일어서더니, 8개월 차에 접어들자 혼자 서 있으려고 했다. 하루는 아내가 도하와 외출한 후, 손을 씻으려고 잠시 매트 위에 아이를 내려놓았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찰나에 도하는 혼자 서 있으려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장난감에 잇몸을 다쳤다. 세상이 떠나갈 듯한 울음과 입고 있던 흰 옷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피가 많이 났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아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아내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나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는 나를 보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도하가 다치지 않을 텐데 라며 ..

함께 즐거워 하기

도하가 태어나고 아내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던 적이 많이 있다. 그렇게 잠이 많던 아내가 늦은 밤에 도하가 조금만 뒤척이면 깨어 달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장바구니 드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아내가 9kg가 넘는 도하를 한 손으로 번쩍 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아내를 보며 가장 감탄했던 것은 도하 이유식을 먹일 때다. 아내는 일찌감치 도하에게 '아이주도이유식'을 하고 싶어했다. '아이주도이유식'이란 말 그대로, 아이가 부모가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음식을 탐색하고 집어먹는 주도적인 자세로 식사에 임하는 것이다. 처음에만 이 '아이주도이유식'에 대해 들으면 '아이 스스로 먹도록 하면 되는 것'에만 생각하며 참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나 역시도 처음에는 아이가 스스로 먹는 동안, 우리도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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