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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재조명 54

참 아름다워라

지난 주만 하더라도 나무들이 앙상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여기저기 꽃이 피어나 알록달록하다. 봄이 오나 보다. 그렇게 도하와 함께 꽃을 보면서 감탄하면서 산책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한 찬송가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깊도다 그 솜씨 깊도다 겨울이 되면 바람은 매서워지고 땅은 얼어붙어 푸르렀던 나무를 앙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매서운 바람과 차디찬 눈보라가 그치지 않을 것만 같은 겨울에는 나무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외로움의 싸움을 해야만 한다. 외로움에 사무쳐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하지만 돌아보면 위를 바라보면 항상 햇빛은 나무를 향하고 있었다. 때로는 비와 구름에 갇혀 보이지..

삶의 재조명 2021.03.17

추억

육아휴직이 시작된 첫 주가 마무리되고 또 새로운 주가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하루하루의 일정에 치여 바쁜 나날들이었다면, 지금은 반복되는 일상에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조차 가늠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무뎌질 때 즈음, 간간이 울리는 안부 인사에 추억에 잠길 때가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을 함께한 아이들이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풀어놓는 넋두리와 함께 기도를 부탁하는 연락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그동안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품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세상 밖으로 나가 또 다른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시간의 흐름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함께 웃고 떠들며 지냈던 순간들, 반복되는 상황에 잔소리가 저절로 나왔던 시간, 얼굴을 마주 보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가도 안 보이면 걱정..

삶의 재조명 2021.03.09

서로 지체가 된 우리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하나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우리 몸의 각 기관들이 각자의 능력을 뽐내면서 자신이 더 힘이 세다가 자랑하다가 서로 흩어지게 된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여 결국 서로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화해하고 연합하는 동화이다. 우리 몸의 각 기관들을 돌아보면 맡은 바 역할들이 있다. 코는 냄새를 맡고, 눈을 시야를 확보하고, 귀는 소리를 듣고, 손은 물건을 잡고 들 수 있고, 다리는 걸을 수 있는 등 각자의 고유한 역할들이 있다. 하나하나 따로 생각해 보면 각 기관들의 수행 능력들을 보면 정말 정교하다. 눈만큼 뛰어난 렌즈도 없고, 코처럼 민감한 후각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은 없고, 손과 발이 없으면 기동력이 떨어지는 등 각자의 능력이 매우..

삶의 재조명 2021.03.09

좋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

나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돌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보통 집에서 요리해서 먹거나, 그동안 쌓아두었던 것들을 꺼내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가 결혼한 후, 나에게 갑자기 느닷없이 감사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이유를 물어보자 이렇게 답하였다. "이렇게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연애하며 멀리까지 나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줘서 고마워!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자기는 나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져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아내 말을 듣고 보니 연애할 때에는 왕복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였음에도 힘들 줄 모르고 왔다 갔다 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정신없는 주중에는 주말에 아내를 만나 무엇을 할까 그 시간을 기다리곤 했었다. 누군가..

삶의 재조명 2021.03.05

감당할 시험

얼마 전, 그동안 함께했던 중학교 3학년 친구들을 졸업시키며 송별사를 준비해야 했다.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보며 지난 7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는데,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면서 한 친구와 지냈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그동안 그 친구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했었나 하는 미안함이 몰려왔다. 반에서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그 친구에게 가서 무슨 일인지 묻고 잘 토닥여 달라고 부탁하곤 했는데, 그 친구에게는 이 일이 얼마나 부담스러울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친구들끼리 서로 분쟁이 생겨 불편한 상태임을 교사에게 말하는 것이 어쩌면 고자질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었을 테고, 복잡미묘한 상황 속에서 그 친구 역시도 지치고 힘든 날이었텐데..

삶의 재조명 2021.03.03

부르심과 사명

매년 3월이 되면 새 학기를 앞두고서 설렘이 가득하다. 출산과 육아 후, 1년 만에 다시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는 아내도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듯 하다. 그러면서 아내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길래 옆에 가보니, 새롭게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시킬 자기소개 항목들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생각과 꿈을 갖고 살아가는지 등등의 상세한 항목들을 보며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한다면 이름과 직업이 아닌, 나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소개하려니 어떤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과 꿈을 갖고 살고 있는지 등을 ..

삶의 재조명 2021.03.01

세월을 아끼는 사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 똑같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주어진 시간을 매우 알차게 보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반면, 누군가는 세월아 네월아 하며 게으름에 해야 할 일을 차월피월 미루다가 결국 낭패를 보곤 한다. 사실 우리 삶을 돌아보면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몸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루하루의 피곤과 걱정들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조금씩 미루다가 시간에 쫓겨 마무리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태도를 보시고 바울을 통해 말씀하신다. 에베소서 5:15~16 15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하게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삶의 재조명 2021.02.28

빛의 자녀로서의 삶

2018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으로 ‘어둠 속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인사동에 갔다. 평소에 시각에만 의존하며 살았기에 아주 작은 빛도 없는 캄캄한 곳에서 오직 촉각, 청각만을 사용하여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 보고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체험할 수 있었다.나는 이 활동을 통하여 ‘빛’이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빛은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빛은 질량이 있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이라고 본다고 한다. 반면 어둠은 질량을 측정할 수조차 없는 것이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빛은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빛이 없는 곳에서..

삶의 재조명 2021.02.27

새로운 시선과 마음

새끼 코끼리 발목을 밧줄로 기둥에 묶어 놓으면 새끼 코끼리는 이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서서히 포기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코끼리는 밧줄과 기둥을 뽑아버릴 정도로 힘이 장성해지고 몸집이 커진 후에도 여전히 밧줄에 매여 벗어나기를 포기한 채 살아간다. 이를 ‘학습된 무기력’, 또는 ‘코끼리 사슬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코끼리의 예화를 보면서 사실 우리의 삶 역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했다. 처음에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열의와 열성을 가지고 노력했지만, 반복되는 실패 때문에 어느 순간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되곤 한다. 마치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것들을 계획하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게을러져서 하나씩 계획들을 포기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포기가 너무 당연해..

삶의 재조명 2021.02.24

평안을 전하는 사람

우리 주변에는 별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아무리 재미없는 일도 즐겁고 신나는 일로 바뀐다. 반면에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을 함께하고 있음에도 왠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편안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뛰어난 외모와 실력? 물질? 아니다. 바로 서로의 마음에 다리가 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 나의 청춘은 전공수업과 교직,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가득 차있었다. 친구를 사귀고 함께 놀러 다닐 시간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동기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그저 겉돌기만 했다. 그렇게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앞두고 있던 2011년 2월,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군대가기 전 학교 일로 몇 번 만났던 것뿐이었던 사이였..

삶의 재조명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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